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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Jan 17. 2023

곧거나 굽었거나

<1>스투키


스투키가 무섭게 자랐다. 햇볕이 내리쬐는 베란다창 앞에 둬서일까. 몇 년 전 데려왔을 때 곧고 앙증맞은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길게 늘어진 줄기들이 마치 바다 괴물 크라켄처럼 보인다. 존재를 잊고 지내다 우연찮게 쳐다봤다가 흠칫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저 녀석들을 어쩌지?' 검색창에 '스투키 곧게 기르기'를 넣었다. 식물 고수님들의 말씀이 이미 구부러진 줄기를 곧게 되돌릴 방법은 없단다. 미리 줄기들을 끈으로 묶어둬야 했다. 줄기를 잘라내는 게 고수님들이 알려준 유일한 해결책이다. 굽은 줄기를 아예 없애 내 눈에서 사라지게 한다? 문득 폭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프리카에서 온 스투키는 대나무처럼 하늘을 바라보고 직선으로 자라지 않는다. 긴 줄기를 늘어뜨리며 자라는 게 스투키의 본래 모습이다. 스투키를 관상용으로 팔기 위해 줄기를 곧게 만든 거란다. 스투키는 키우기 쉬운 식물이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아무렇게나 방치해서 줄기가 늘어지기 전에 죽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곧은' 스투키의 이미지가 이어졌다.


스투키를 그냥 두기로 했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라. 잘 살면 그만이다. 마침 한 달 만에 물 주는 날이 돌아왔다. 흠뻑 물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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