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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Aug 04. 2024

화를 보살피는 삶에 대하여

노래의말들 164화 방송 후기

안녕하세요. 김숲입니다. 정말 무더운 날이네요. 어떻게 지내고들 계신가요? 방송에 딱딱 맞춰 후기를 딱딱 올리고 싶었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네요. 한 발짝 늦게 7월 중순 방송한 164화 후기를 올려봅니다. 


최근에 일기를 쓰다가, 화에 대한 내용을 자꾸만 쓰게 돼서 방송 주제로 정해봤어요. 뭔가 라디오에서 다루기에는 생뚱맞은 주제 같지만, 그래도 나를 안다는 면에서 청취자분들과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언제부터 화가 났었나 기억을 더듬어 봤는데요. 꼬꼬마 시절에 제가 가장 화가 났던 건 어른들을 볼 때였어요. 특히나 화를 내는 어른을 볼 때요. 싸우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어쩜 어른인데 저렇게 자기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싸울까' 생각했습니다. 하루는 너무 화가 나서 아파트 옥상에 가서 소리를 지르며 태권도 동작을 했던 기억이 있네요. 나름(?) 건전한 방식으로 화를 풀었달까요. ㅎㅎ


고등학생 때도 저를 가장 화나게 했던 것도 어른들이었어요. 특히 정치인과 언론인들이요.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어떻게 이런 거짓말 기사를 쓸 수가 있지?' 신문을 자주 보며 화를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 보니 화내는 결이 비슷하네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보며 주로 화를 냈습니다. 도적적이지 못한 사람에게 화를 내며 한편으론 나는 저 정도는 아니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도 어른이 되었습니다. 말과 행동이 다를 때가 많은 어른이 되어버렸어요. 이래저래 핑계가 많은 어른이요. 이제 싸우는 어른을 보거나, 이해할 수 없는 뉴스를 봐도 별로 화가 나지 않습니다. 다만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가족들이나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요. 그런데 화가 나는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저' 내 생각이랑 달라서' 더라고요. 물론 화가 날 당시에는 상대를 말이나 행동이 잘못된 100가지 이유를 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내 맘 같지 않아서 화가 났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충격이었어요. 민망하지만,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해왔거든요. 이런 날것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다니요... 나는 정말 좀생이구나... 정말 지독히도 이기적인 사람이구나. 결국 내 맘에 들게 행동하는 사람만 좋아했구나. 나와 다른 생각은 아예 들으려고도 안 했구나. 어릴 적부터 제가 보며 화 내온 사람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어요. 남을 욕할 때 스스로를 낫게 여기는 우월감만 두껍게 쌓이던 것이었습니다. 


실망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나와 조금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로의 못난 모습까지 다 보여주며 한바탕 싸운 친구와 화해한 기분이랄까요. 화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나의 못난 모습을 이제라도 발견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발견하지 못했다면 계속 화의 이유를 남에게서만 찾았을 테니까요. 


구글 검색 창에 '화를'이라고 치니 제일 위에 나오는 자동 검색어가 '화를 다스리는 법'이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화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무리 화가 나도 젠틀하게 화를 내거나, 논리적이고 정리된 말로 똑 부러지게 화를 내고 싶습니다만, 그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아예 화가 안 난척하며 속으로 삭히거나 엉뚱한 사람에게 화의 불똥을 튀기곤 하거든요. 도대체 어떻게 화를 잘 다스릴 수 있을까요?


사전에 '다스리다'를 찾아보니 '보살핀다'라는 뜻을 품고 있더라고요. 


다스리다 : 
국가나 사회, 단체, 집안의 일을 보살펴 관리하고 통제하다.
나라를 다스리다.


화를 낸다. 화를 내지 않는다. 가 아니라 '화를 보살핀다'라고 하면 어떨까요? '나'라는 작은 세계를 잘 보살피는 일은 화를 보살피는 일에서 시작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상을 알아야 보살필 수 있고, 화는 나를 아는 좋은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저는 화를 좀 관찰해 보려 해요. 요즘의 나는 어떤 것에 화가 나는 상태인가. 왜 그런가. 스스로 질문하면서요.  남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화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고 돌보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64화 방송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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