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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바라기 Jul 26. 2022

과거와 같은 선택을 할까 봐 두려워요

미결은 영원인가


요즘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 그저 저녁 식사 전 후에 동네 뒷 산에 오르는 것, 최근 내가 시작한 운동이다.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에 사로잡힌다. 싱그러운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 내가 했던 선택들과 그에 따른 결과, 그리고 그것의 산물인 지금의 나. 스스로 반추해본다. 과거로 돌아가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그 시절 유행하던 소품들,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서 수다를 떨며 설레는 마음으로 행복해하던 사춘기 소녀의 시절. 십 수년이 지났지만 내 안에 있는 어떠한 유전자는 그 시절에 박제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그 소녀가 느끼던 감정과 생각들이 흐려졌지만 또렷하다. 또렷하면서도 사라져 간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한 기억이 후회라는 단어로 새겨지고 그것은 미결의 상태로 남아 영원으로 접어든다. 최근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여주인공의 선택이 이렇게 가슴 저릿하게 와닿을 수 없었다. 그녀의 바람은 사랑하는 그의 마음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남길 바랐겠지. 그녀는 실로 용감하다. 미결의 사랑이 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나는 사랑에 대해 떠들고 싶다. 그리움에 대해 그리고 싶다. 후회에 대해 읊조리고 싶다. 조용히 그의 이름을 소리 내어 발음해본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이름을 나만 들을 수 있도록 나지막이 소리 내어 본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그에게 답장이라도 써보았을까,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끈덕지게 붙잡았을까. 순간의 망설임이 영원히 미결의 사건을 만들 줄은 그도 몰랐으리라. 그런데 두렵다. 그와 같은 선택을 오늘도,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계속 반복할까 봐. 내면의 아이가 성장하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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