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며 겪은일 2
* 이 글은 2019년 5월에 작성된 글로, 당시의 생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수정없이 발행되었습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대표와 대표 누나가 실세를 장악하고 있는 가족회사였다. 아 ,이 같은 구조를 가 ‘족’같은 회사라도 하던가?
인사와 관련된 업무는 대표 누나인 ‘실장’이 담당을 했는데 41살의 워킹맘으로 본인 아이를 케어하고 늘 오전 11시~12시 사이에 출근하는 분이었다. 입사 초기에 수습계약서를 작성하며 했던 말이 있다.
“회사 다니면서 불편한 일이 있거나 어려운 점이 생기면 언제든 이야기 하세요. 조율해줄 수 있어요”
그 땐 그 말이 친절하게 들렸고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반대였다. 실장은 내가 퇴사 의사를 밝혔다는 말을 듣자마자 눈에 분노를 담아 나를 쏘아보며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로 대화를 시작했다. 나의 입장을 들어볼 마음은 전혀 없는 사람 같아 보였다. 이미 본인의 화가 가득 차올라서 분노와 분한 마음을 담아 내가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몰아세우며 언성을 높였다. 직원이 일하는 사무실과 회의실, 그리고 대표실은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얇은 벽으로 분리되어 있는 사무실 구조였다. 실장의 어이없는 언행에 나도 지지 않았고 이성적이면서 사실 관계를 담아낸 대화를 이어가려 애를 썼다. 하지만 감정적인 그의 태도에 나도 언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고 얇은 벽은 그 대화의 소리를 막아내진 못했다. 실장과 대화한 지 약 30분 정도 흘렀을까. 갑자기 회의실에 대표가 들어왔다. 문을 쾅, 닫고 자리에 앉더니 그가 나를 쏘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00씨, 경력증명서 제출하세요”
“...네?”
“경력증명서 제출하시고 허위사실 있을시 법적으로 책임 묻겠습니다. 오늘까지 제출하세요”
이렇게 말하고는 회의실에서 퇴장했다. 정말이지 다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고압적이고 위협적인 말투와 태도로 저렇게 말하고 회의실을 떠났다. 굉장히 불쾌했다. 나의 경력을 이미 의심하고 있다는 뜻이었고 앞 뒤 상황 들어보지 않고 내가 마치 경력을 속이고 본인 회사에 위장 입사하여 이 같은 분란을 일으킨다고 간주하는 것 같았다. 난 다시한 번 다짐했다. 이 회사에서 하루라도 근무하고 싶지 않다고. 본인 동생의 이같은 태도를 보고 실장은 약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이 상황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나에게 업무량으로 문제 삼으려고 했던건 아니며 중간에 여자대리가 말을 잘 못 전한 것 같다며 중간에서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던 여자대리를 문책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주까지 근무를 하고 마무리를 하고 가라며 정리하는 듯 했다. 나도 더이상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일단 알겠다고 했고 그렇게 회의실을 나와서 여자대리와 대화를 하러 갔다. 어쨋든 중간에서 회사 입장을 잘 못 전달한 여자 대리의 언행이 가장 큰 문제였기에 그 대리는 나에게 사과를 했다. 나도 이 때까지는 ‘그래,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업무 마무리는 잘 하고 떠나리라’다시금 다짐을 했다. 손이 덜덜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렸지만 그래도 약속된 기간이 있으니 최대한 참아보려 했다. 대화를 마무리 하고 사무실로 올라와 자리를 잡았는데 회사 과장으로부터 메신저가 도착했다.
“00씨, 아까 들으셨죠? 경력증명서와 졸업증명서 모두 제출해주세요”
“이런 씨...”
조금 전 대표가 협박인듯 협박아닌 협박조로 말했던 ‘경력증명서’제출에 관한 건이었다. 정말 기분이 너무 나빴고 다시금 퇴사 의지를 다졌다. 이제 퇴사 일주일 앞둔 수습직원에게 웬 경력증명서를 요구하고 마치 그것이 회사에서 ‘당연하게’요구해도 된다는 듯이 당당한 그들의 모습이 기가 찼다. 난 당일 날짜로 사직서를 작성했고 모두가 퇴근한 뒤 실장과 2차전이 벌어졌다.
내 입장은 간단했다. 내가 경력이나 학력에 허위사실이 있어서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 경력을 의심하고 위협, 협박하는 태도로 마치 내가 뭔가 범법자라도 되는냥 취급하는 회사의 태도에 반기를 들고 싶었던 것이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그 순간까지 회사는 정신을 못 차리고 이전 회사 연락처 다 내 놓으라느니 경력증명서 내는게 걸려서 사직서 내는거냐느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해대며 막말을 뱉어냈다. 내 인생에 다 큰 성인과 그런식으로 언쟁을 벌인건 이번이 처음이고 앞으로도 이런 일은 없길 바란다. 약 30분 간 설왕설래 끝에 나는 그 지옥같은 회사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그 후에 시작되었다.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