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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나름대로 마감의 낭만

의식의 흐름대로, 25. 6. 30.~7. 6.

by 이제

25-6-30

(원고수정을 앞두고)

지금 내 감정은, 부담스러운 건가? 걱정되는 건가? 하기 싫은 건가? 불안한 건가? 아무 감정 없는 건가? 당최... 잠깐 눈을 감고 감정에 집중해보려고 시도했는데, 실망이나 열등감일 수도 있겠다 싶음. 더 재밌게 쓰고 싶었는데 지금 곁눈질로 보이는 이 원고가 내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다는 거지. 음...


인생에 정답은 없어. 칠판에 점 두 개를 멀찍이 찍고, “탄생(a점)부터 죽음(b점)까지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으면 다들 자기만의 꼬불꼬불 얽힌 길을 그리겠지. 이 꼬불선은 맞고 저 꼬불선은 틀려? 그냥 각자의 길이 그랬을 뿐이야. 내가 정말 늘 틀렸었을까? 아니, 그때는 틀렸더라도 지금도 틀렸고 평생 틀리기만 할까?


그래... 비난하고 평가하고 통제하는 부분은 나름대로 내가 수치심이나 실망감을 느끼지 않게, 남에게 혼나거나 상처받지 않게 막아주려는 역할을 해왔겠구나. 그 덕분에 내가 너무 사고치지 않고 나름 열심히 여러 능력을 연마하면서 사람들과 큰 갈등 없이 살아올 수 있었겠지. 앞으로도 이 까칠이는 계속 비난하고 평가하고 통제하려고 하겠군. 하지만 진짜 내가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닐...아니겠지?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너무 과로하지는 않아도 돼. 무리할수록 너도 힘들고 다른 부분들도 힘들어질 수 있어. 네가 걱정하는 문제는 즐기는 나, 몰입하는 나, 해결하는 나, 용감한 나, 쿨한 나 등등 내 다른 부분들이 해결할 테니 걔들한테도 기회를 줘야 돼. 그리고 모든 문제를 꼭 다 해결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야.


결국은 그냥 ‘괜찮다’ 이걸까. 내 옆에 있는 초고가 마음에 안 들어도 괜찮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질 내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어도 괜찮다. 나와 남의 기준은 다르니까, 내 마음에는 안 들어도 오히려 남의 마음에는 들 수도 있고, 꼭 ‘남의 마음에 들게 하는’ 게 책의 목표일까? 내 비전을 나누는 것,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완성해서 보여주는 게 원래의 목표였지 않나? 남들이 재밌어 하든 말든,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나는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면 되지 않나?



25-7-2

기분 꿀꿀한 이유, 솔직히 뭐겠냐? 책 만들 일 걱정돼서겠지-_- 그래, 걱정될 수 있지... 사실 마감이란 게 힘든 이유가 원래 이거잖아? 작업하는 자체가 힘들다기보다는 작업과정에서의 감정기복이 힘든 거지.


그저께처럼 미루기만 하면서 시간 보내다가 나중에 개고생하며 후회할까봐 걱정돼ㅠㅠ 표지도, 아이디어만 잔뜩 뿌려놓고 실제 시안은 내 마음처럼 안 나올까봐 걱정돼ㅠㅠㅠㅠ 원고 수정하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릴까봐 걱정돼 엉엉ㅠㅠㅠㅠㅠㅠ 뭘 해야 하는지 뻔히 아는데 이거 다 해낼 수 있을까...ㅠㅠㅠ 솔직히 이 책에 상당히 기대 걸고 있는데 안 팔리면 어떡하지?ㅠㅠㅠ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냥 다음 책 만드는 거지. 그치만 솔직히 브런치에서도 조회수 40~50 나오던 글들이 책으로 만든다고 새삼 주목받을까? 하........


그래, 걱정되겠다. 그럴 수 있지. 모험을 한다는 건 원래 걱정되는 일이고 내 위험회피 성향상 더 그럴 수도 있지... 걱정은 나를 위해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 거야. 걱정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더 원하지 않는 엉뚱한 길로 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걱정만 주인공을 도맡아서는 안 돼. 그러면 걱정 본인도 힘들고 다른 부분들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쉽지 않으니까 모험이 흥미로운 거야. 너무 쉬운 모험은 재미없고 시시할걸. 완벽하고 유능하고 훌륭하기만 한 캐릭터는 오히려 거리감 느껴져. 방황하고 실수하고 삽질하는 캐릭터가 더 친근하다고. 꼭 남들한테 친근해 보여야 된다는 게 아니라, 그냥 굳이 완벽해질 필요가 없다고. 훌륭하고 유능해지려고 너무 애쓸 필요 없다고. 완벽한 사람보다 허술한 사람이, 적당히 대충 사는 사람이 더 호감가고 본인도 편하다. 내 얘기를 위인전처럼 만들 필요는 없다. 일부러, 더 적극적으로 허술해져보자!!! 완벽주의를 탈출하자!


대부분의 작가가 마감 때는 이렇게 땅파고 있을걸? 이런 것도 나름대로 마감의 낭만이 아닐까?ㅋㅋㅋㅋㅋ 마감 기간에는 이러는 게 정상... 아니 정상이 아니라 그냥 이러는 게 보편적인? 평범한? 현상이지ㅎ 내가 마감 스트레스도 없이 초연하게 뚝딱뚝딱 성과를 내는 로봇 같은 사람이었다면, 과연 남들의 마감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여행에세이는 삽질을 많이 해야 재밌어진다. 인생 이야기도 마찬가지야. 난관이 없고 갈등도 없고 매번 착착 성공만 하는 이야기, 사실 별로잖아. 그냥 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가보자. 이렇게 살면 어떻게 되는지, 이 모험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내가 과연 뭘 하게 될지 실험해보자.



25-7-4

하... 고등어 다 녹았네-_- 하나만 시키길 천만다행인가-_- 한여름에 냉동고등어를 새벽배송으로 주문해놓고 10시 넘어서 일어나다니 줸장 저거 먹어도 되는걸까?? 본능적으로 ‘해동 후 재냉동’하려다가 다시 꺼냈는데 괜찮을까ㅠㅠ 그놈의 생선구이, 식당 가서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괜히 충동구매는 해가지고ㅋ 암튼 오늘 점심으로 무조건 먹어야 될 듯-_-

(p.s. 먹었는데 죽진 않음)


어떡해ㅠㅠㅠ 한달남았어 미친ㅠㅠㅠㅠㅠㅠㅠㅠㅠ 출판사등록이고뭐고 걍 하지 말고 ISBN도 받지 말아버릴까....ㅠㅠㅠㅠ큨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찮은 건 이렇게 하나씩 날려버리는건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진정하자. 모든 일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쉬울 수 있다.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금방 끝나서, 왜 그렇게 지레 겁먹었었는지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일주일 안에도 할 수 있는 게 책 만들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사실상 이 원고 그대~로 앉혀서 인쇄해도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걸? 브런치 올릴 때 이미 몇 번이나 검토한 글들이잖아... 그냥 내 욕심 때문에 자꾸 고치려고 하는 것뿐이야.



25-7-6

간밤에 심란한 꿈ㅋ 뭔가 글쓰기 수업을 들으러 가야 되는데 건물 구조가 엄청 복잡&컴컴하고 강의실 번호도 중구난방으로 돼 있어서 30분 넘게 지각하는 꿈ㅋ 겨우 찾아가니 교수가 안내상이었다ㅋㅋㅋ 일찍 온 사람들만 아는 것 같은 이상한 노래를 다 같이 부르기 시작하는 장면에서 잠깸ㅋ 빠나나 바나나나 뭐 이런 거였나ㅋㅋㅋㅋㅋ 꿈이란...


저녁 늦게 먹으면서 [이유] 읽어야징~ 미야베미유키 진짜 엄청나다ㅋㅋ 근데 비록 12년 전이지만 한 번 읽은 책인데 이렇게까지 초면이라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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