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25. 9. 15.~9. 21.
엽서 디자인 일주일 내내 미루다가^^ 오늘 밤 10시가 넘어서야 미루기 극복 루틴*으로 다시 시작함. 기어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구나ㅠㅠㅠㅠㅠ 새벽 2시쯤에야 겨우 마무리... 내일 오전에 주문하면 금요일까지 받을 수 있을까? 못 받으면 큰일인데ㅠㅠㅠㅠ
* 미루기 극복 루틴: 뭔가를 미루고 있을 때, 한글파일에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복붙해놓고 차례대로 답하면서 풀어나가는 것.
“미루고 있음을 알아차렸다면”
1. 뭘 미루고 있는가?
2. 지금 기분은 어떤가?
3. 마음에 걸리는 지점이 구체적으로 어디인가?
4. 비합리적·부정적 생각을 합리적·긍정적으로 바꿔보자.
5. ‘000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쉬울 수 있다’를 열 번 타이핑하자.
6. 남 눈치 안 보고 어이없을 만큼 대충 후딱 끝내도 된다면 어떻게 처리할까?
7. 할 일을 잘게 쪼개, 소요시간을 따져보자.
8. 3분 이내에 끝낼 수 있는 가장 쉬운 일부터 시작해보자.
0823. 테이블에 붙여둘 책소개 문구 써봄. ‘이번 주말에는 스마트폰 없이 살아볼까? 번아웃 직장인의 가속사회 탈출기, 『적당히 살고 싶어서』’. 하... 출간 1달이 다 돼가는데 이제야 홍보문구가 가닥이 잡히는구나-_- 이렇게 써야 했는데...
▶가닥이 잡히긴 개뿔, 그 다음에도 몇 번이나 또 고침. 기획 때부터 석 달이 넘도록 한줄소개 문장을 고치고 있음ㅋㅋㅋㅋㅋㅋ 뻥 안 치고 백 번은 고침. ‘이 책은 무슨 내용이냐’는 질문에 짧고 명쾌하게 대답할 한 줄을 찾고 싶은데 아무리 고쳐도 마음에 안 듦. 너무 추상적이거나 작위적이거나,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듦.
그냥 어느 시점에서 깔끔히 포기하고 결정하면 될 텐데, 한줄소개가 필요한 일이 자꾸 생기고, 분명 더 나은 표현이 있을 것 같아서 계속 고민하게 됨. 프로 출판인 같으면 출간 전에 진작 최종 카피를 결정해서 책 뒤표지부터 띠지, 홍보자료, SNS, 서점 상세페이지까지 쫙 통일해 밀고나갔을 텐데...(아닌가? 이것도 나만의 생각일까?)
방황과 혼돈의 한줄소개 변천사에서 몇 가지만 소개해봄.
1. 기획 발표자료 한줄소개: 혼자 있고 싶어서, 아날로그 세계로 피신한 이야기
2. 디자인 시안 발표자료 뒤표지 문구: 혼자 있고 싶어서 아날로그 세계로, 회사 바깥으로 피신한 이야기
3. 2차 가제본 뒤표지 문구: ‘난 평생 이렇게 살다가 죽을 건가봐.’ 팔팔 끓는 세상을 피해 아날로그 세계로 피신한 이야기
4. 뒤표지 문구 최종: ‘난 평생 이렇게 살다가 죽을 건가봐.’ 시끌벅적한 세상에 지쳐 아날로그 세계로 피신한 이야기
5. 입고문의 메일 버전: 공무원으로 일하다 번아웃을 겪고, 혼자만의 아날로그 휴일을 보내며 제 모습을 되찾은 경험을 담았습니다.
6. 샘플북 메모* 버전: 작가지망생이었던 제가 공무원이 된 후 상당한 괴로움을 겪고, 혼자만의 시간을 되찾기 위해 애썼던 경험을 담은 책입니다.
* 샘플북 메모: 서점에 진열하는 샘플북에 작가가 쓴 메모를 붙여 책을 소개하는 것. 아무래도 표지에 뭔가가 붙어 있으면 눈에 잘 띄기 때문. 손글씨로 쓰면 작가가 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장점도 있음. 처음엔 이런 문화를 몰랐는데 방문입고를 다니면서 알게 됨. 가끔은 서점에서 먼저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음.
7. 남양주여유당북페어: 내일 딱 하루만 폰 없이 살아볼까? 번아웃 직장인의 가속사회 탈출기
8. 광명아트북페어: 내일 딱 하루만 스마트폰 없이 살아볼까? 시끌벅적한 세상에서 홀로 탈출한 이야기
9. 해공도서관 전시용 소개문구: 내일 딱 하루만 스마트폰 없이 살아볼까? 너무 빠르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홀로 도망친 이야기
10. 후보1: 아날로그는 휴식이었다. 너무한 세상에서 적당한 내 자리를 찾으려 애쓴 1년의 기록.
11. 후보2: 내일 딱 하루만 스마트폰 없이 살아볼까? 너무 치열한 세상에 지쳐 아날로그 휴일을 보낸 이야기
~~~~~~영원히 고칠 기세~~~~~~
(상황설명: 엽서 주문이 늦어서 내일까지 못 받을까봐 잠 설침-_- 이렇게나 미룬 걸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 나는 무료굿즈 만들고 나눠주기를 좋아함. 이번 북페어에 엽서가 빠지는 건 상상도 못 할 대참사임ㅋㅋㅋㅋㅋㅋ)
1008. 아침부터 제작업체에 전화해 방문수령은 안 되냐고 물어보니, 방문은 안 되고 일반배송으로는 내일까지 받기 어려울 수 있으며 급하면 퀵서비스로 보내주겠단다(착불 28,000원...). 눈물을 머금고 퀵으로 요청. 삽질비용 발생ㅋㅋㅋㅋㅋ 그래도 돈으로 해결한 게 어디냐ㅜㅠ 내일까지 못 받는 최악의 경우보단 낫지...ㅋ......
1256. 아 헐! 거스름돈 준비 깜빡했네! 아놔ㅋㅋㅋㅋ 준비물이나 정리해볼까: 책 파본 확인>엽서 끼워 다시 포장, 샘플북, 무료엽서&거치대, 전시할 그림&네트망&마스킹테이프, 책소개&계좌번호 등 각종 안내문, 카드단말기, 보조배터리, 잔돈&돈봉투, 칼&커팅매트, 간식, 읽을 책, 모자
1717. 점점 겁나 긴장되기 시작... 안내문 인쇄도 해야 되고 짐도 싸야 되는데 대책없이 흘러가는 시간...-_- 어떡해액...ㅠㅠ 악... 아악...
2030. 해공도서관에서 [다정함을 꺼내 먹어요] 윤주 작가 북토크 들음. 첫 책 만든 작가들 경험담은 언제 들어도 재밌는 것 같음. 전공이 비슷해서 내심 반가웠고, 소소한 우연들이 겹쳐 이번 책을 만들게 됐다는 말이 공감됨. 단맛, 짠맛, 감칠맛 등 여러가지 맛에 따라 장을 나눈 구성이 흥미로움. 선물용으로 잘 어울릴 책 같음.
2227. 하... 짐 싸야 되는데 완전 노대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토욜인데 크라임씬 새 시즌이나 보면서 처박혀있고 싶지만 그러진 않겠지 어떻게든 가겠지...ㅋㅋㅋㅋㅋ 왜 책을 만들면 당연한 듯 북페어에 나가려고 하는 걸까? 왠지 멋져 보여서? 축제 같아서?
0948. (행사장에 너무 일찍 도착해 한참 시간죽임. 세팅 다 해놓고 잠깐 끄적거린 내용) ㅋㅋㅋㅋ... 새벽 2시까지 짐 싸고 4시 넘어 잠듦 미친...ㅋㅋㅋㅋ 하... 행사 시작도 안 했는데 졸음이 밀려온다-_-
(얼마 후 부모님과 동생네 가족들이 와서 떠들썩한 가족모임이 됨ㅋㅋㅋ 매출의 70%가 가족판매분이었지만 가끔씩 책도 팔림. 이날을 위해 준비한 카드단말기도 개시해봄. 그 난리를 쳤던 엽서도 무사히 가져와 구경하는 분들께 나눠드림. 독립출판 워크숍 같이 들은 동기분들도 만나서 반가웠음)
1405. 대박사건... 책과생활에서 30부 재입고 요청!! 으아아악!!ㅋㅋㅋㅋ 와... 이런 날도 오는구나!! 어제만 해도 완전 불안초조암담좌절 상태였는데 오늘은 또 희소식이 들려오다니!ㅋㅋㅋㅋㅋ
1537. 저쪽에서 익숙한 그림이 보인다. 높으신 분이 담당부서 직원들과 촬영기사를 대동하고 셀러들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ㅋㅋㅋ(공무원 시절에 자주 본 구도임) 서 있는 위치만 봐도 누가 실무자고 팀장이고 과장이고 국장급일지 느낌이 온다. 이제는 포토존에서 단체사진까지ㅋㅋㅋ 동선이 넘나 익숙하군...ㅋㅋㅋㅋ
1744. 이제 슬슬 정리해도 되는 걸까... 파장분위기라 살 사람은 없을 것 같긴 한데... 흐아... 휘유... 피곤타...
1908. 무사히 끝내고 집 와서 어젯밤 그토록 보고 싶었던 크라임씬 보며 멸추김밥 먹는 중. 와 맵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