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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 lang Apr 26. 2022

나의 당신들

오늘의 단어#3

늘 당신들 처럼 살고 싶은 마음으로 산다. '당신'이라는 주어 속에는 여러 사람이 오고간다. 가령 운동을 할 때는 <아워바디>의 자영처럼, 요리를 할때는 유튜버 cafe709님 처럼, 글을 쓸 땐 이슬아 작가 처럼 쓰고 싶다. 운동하고 요리하고 쓰는 삶엔 항상 당신들이 있다. 


이런 나를 생각할 땐 그 동화가 생각난다. 새들의 잔치에 초대되었으나 자신의 깃털이 부끄러워 남이 떨어뜨린 깃털을 주워 잔뜩 치장하고 갔다가 개망신을 당한 까마귀 이야기. 파티에 도착하기 직전, 그러니까 개망신을 당하기 직전 까마귀의 의기양양한 모습에 공감성 수치를 느낀 나머지 어린날의 나는 늘 거기까지만 읽고 동화책을 덮었다. 


아니 그럼 까마귄데 어쩌라고? 앵무새, 공작, 카나리아, 백조 등등이 오는 파티에 그냥 갈 수는 없어 뭐라도 했던 까마귀에게 왜 망신을 주는가. 잔인한 새의 세계여...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잘 모르겠다. 당신들 '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아니면 도통 무언갈 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남의 깃털을 꽂고 서라도 파티에 가겠다는 까마귀의 의지가 숭고하지 않냐고. 다 나름 컬러 배치를 구성한 연출 아니겠냐고. 


결국 나는, 그런 당신들이 흘린 어떤 조각들의 모음집인 셈이다. 요즘엔 일부러 보고 따라하라며 자신의 삶을 전시하는 것이 돈이 되는 시대 아닌가. 나는 흔쾌히 내 시간과 시력과 돈을 쓴다. 당신들의 이미지를, 당신들의 재주를, 당신들의 삶의 방식들을 사거나 줍는다. 까마귀는 까마귀 고유의 매력과 개성이 있다고? 맞다, 그럴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 처럼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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