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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 lang Jun 10. 2021

언니의 결혼생활이 궁금해

첫번째 책 <평범한 결혼생활> by 임경선 (토스트)



아니, 이런 매력적인 언니랑 결혼한 남자는 도대체 누구야?


-라고 임경선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생각했다. 이 야무지고 뜨겁고 사려깊은 여자를 사로잡은 남자는 누구일까. 그녀의 팬이 된지는 오래됐지만 그녀가 남편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편에 대한 투머치 토커였다면 또 팬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드디어 나왔다. 임경선의 '본격 남편과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한 썰 푼다'를 주제로 한 책!


그래서 yes24가 준 용돈으로 아직 종이에 인쇄되지도 않았을 그녀의 신간 <평범한 결혼생활>을 예약주문해버렸다. 예약주문하면 그녀의 사인이 포함된 사인본을 준단다. 그리고 그 중에는 임경선 작가와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는 특별 사인본 2권이 껴 있다고. 와... 임경선 작가랑 단둘이 만날 수 있다니. 그런데 왠지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아. < 아이러니 하지만 어쨌든 주문을 완료하고 책이 오길 기다렸다.  


책은 아주 깔끔하게도 남편을 주제로한 50꼭지의 에세이 소품집으로 편집됐는데, 다 읽고 나면 그녀가 겨우 50꼭지만 쓴 것을 아주 아쉽게 여기게 될 만큼 글이 후루룩 읽힌다. 그만큼 임경선 작가의 글맛이 좋았다. 또 뒤로 갈 수록 글이 점점 깊어지는데, 이 언니는 자기 개인의 결혼생활에서 더 나아가 일부일처제, 그러니까 그저 한 인간과 인간이 함께 만나 '결혼'이라는 약속으로 묶여 살아 가는 일 자체를 곱씹게 한다. 


그러다가도 이 언니, 곳곳에 웃김포인트도 적절히 배치해 놔서 심각해진 미간을 중간중간 펴주기도한다. 젤 웃겼던 부분은 책 중간즈음에 배치해 놓은 실제 청첩장 복사본.  3개월만에 하는 초고속 결혼이라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비기닝을 설명해 주기 위해 청첩장에 짧은 만화를 그려넣기도 했다. 그리고 그 청첩장에 써있는 글귀...와 그것을 20년 후에 대하는 그녀의 자아 비판. 


'100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될 것입니다'


정말이지 내 눈을 의심하며 몇 번을 반복해서 저 부분을 읽었다. 

100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백 번을 다시 태어난다 해도...


... 쳐 돌았나.

100번을 결혼해도 같은 남자라니.

100번을 흔들린 거라면 모를까... (p75)

  

그러니까 결혼은 당시 사랑 때문에 어쩔수 없이 행했던 모든 일들에 대해 언젠가는 '쳐 돌았나...' 하며 자신을 쥐어박기도 하지만, 그 '어쩔 수 없음'이 낳은 희노애락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사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해도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어른들 말이 맞는 것일 수도.  


20년동안 한 남자와 사는건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그것을 주제로 책을 쓰는 여자와 함께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제목은 <평범한 결혼생활>이지만 한 사람과 20년의 시간을 '기꺼이 견디며'산다는 건 결코 평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고보니 평범하지 않은 그 일에 뛰어들어 살아가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가만, 나도 2년전에 겁도 없이 뛰어들었네? 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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