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appy dwarf
Sep 09. 2023
곡식 익으라 쬐는 빛에 내 얼굴 익을라
정자에 숨었다가 바람이 불어오니 시원해서
누웠다가 꿈꾸다가 소변이 마려 일어났지.
화장실 간 김에 세수까지 하고 돌아오니
제대로 풍욕이라 기분이 좋았어.
나나 너나 같은 마음인데 서로 먼저 우겨대니 그랬나 보다.
내가 너고 네가 난데 누군들 욕지거리할 대상이 있는가 싶어
가만히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한 번, 열심히 기어가는 개미에 한 번, 처마에서 기다리는 거미에 한 번씩 쳐다보다
누구의 뺨을 쓰다듬고 온 바람인가 가만히 기대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