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이 책은 작게는 수업에서의 교수법 문제에서부터 제도와 정책, 나아가 인식론적 교육 패러다임 전체의 이슈를 아우르고 있다.’
수용적인 학생, 수업시간 교수의 농담까지도 받아 적어 외우는 학생, 질문하지 않는 학생, 의심하지 않는 학생, 자기 생각을 포기하는 학생. 바로 이런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이 어떻게 A+를 받을까?
조금 비약적으로 썼지만, 책에서 다룬 서울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 저자의 연구 결과에 비하면 소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상은 더 참담하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어떤 학생들이 A+를 받아야 서울대답다고 생각하는가?
저자는 서울대 최우등생 46명을 인터뷰하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만약 본인이 교수님과 다른 의견이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본인의 생각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을 시험이나 과제에 쓰면 A+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는가? 41명이 자기 생각을 버린다고 대답했다.
대학은 대학원 다음으로 고등교육의 최상위 단계다. 그런데 대학 그중에 뛰어난 학생이 모이는 서울대조차 공부와 시험은 별개다. 소수의 뛰어난 학생들조차 공부가 아니라 시험을 잘 보기 위해 4년을 보내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한국 학생들은 불행히도 지식 소비자로 비치고 있다. 교수들조차 진도 나가기 바쁜데 토론할 시간이 어딨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자세히 보면 교수들도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학생들처럼 생각하고 의심하고 토론하는 것을 두려워했고 자신들의 평가인 결과만을 신경 쓰기 바빴다.
교수 대부분은 토론은커녕 비판과 창의성이라는 씨앗을 심고 가꾸어 열매를 거둔 경험이 없었다. 자신도 그렇게 배웠고 가르쳐야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 의심하는 법조차 모를 수도 있다. 한국 교수들도 피해자다. 저자는 이제 결과보다 과정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MIT의 한 연구에 따르면 뇌 교감신경계의 활성화 즉 집중, 각성, 흥분, 깨어 있음, 긴장 등은 숙제, 공부, 시험 등을 볼 때 가장 증가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인간이 강의 등을 들을 때와 TV를 볼 때 교감신경이 거의 활동을 안 한다는 것이다. 강의는 가르치고 배우는 데 정말 효과적인가?
대부분 사람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잘하게 된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아마도 실제로 해보기 또는 연습일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강의나 지식의 습득 등이 아니다. 하버드대의 마루주교수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진정한 배움은 내가 참여함으로써 시작한다.
말해 주면 난 잊을 것이고, 가르쳐 주면 난 기억할 것이고, 참여하게 해주면 난 배울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
저자가 말하는 잘 가르치고 잘 배우는 것 교육의 본질은 참여에 있다. 참여하는 것은 질문하는 것이고 질문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은 의심하는 것이고 그것은 비판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그러한 동기는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답을 부수고 그 과정을 내가 생각하고자 할 때 깨어날 것이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내 아웃풋에 내 생각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의심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어느샌가 여기저기 떠다니는 과목별 핵심 문제풀이 같은 방법론이나 프로세스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생각.
IT분야의 어느 직무를 보더라도 변화가 빠르고 제대로 씹어 소화하지 못할 만큼 정보가 넘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A+을 받기 위한 본능적인 처세라고 지나쳐도 괜찮을까? 나는 내 생각과 얼마나 자주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