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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Lee Jun 19. 2016

미술관 옆 MBA - 신인철

책 읽기

인류는 역사 속 문화, 예술이 가진 지혜와 힘을 미술관(박물관)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저자는 미술관으로부터 깨달음, 창의력,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미술관 옆 MBA라는 제목은 그런 이유로 지어졌다.


경제/경영서인 줄 읽다가 알아챌 정도로 책 제목과 표지가 나에게 폭신함을 주었었다. 책을 알게 된 지 오랫동안 제목을 잊어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읽다 보니 경영이론과 사례 부분들은 여타 다른 경영서 들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물론 여러 나라 들의 미술관과 박물관의 탄생 배경, 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 등을 살짝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책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어쨌든 나는 MBA보다 미술관이 더 궁금했나 보다. 괜한 아쉬움이 남는다.


MBA까진 아니더라도 경영을 공부 중이고 경영은 직장인의 기본기라는 꼰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더 그런지 모르겠다. 경영만큼 정답이나 통시적, 공시적 통찰력이 필요한 것도 없다. 순간의 평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 책에서 이를 잘 표현한 부분이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이 있는데 내 사무실 책장에서도 본 적이 있다. 이 책에는 1,435개 기업 중 단 11개만 ‘위대한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이 기업들의 업적은 눈부실 지경이란다.


그런데 10년 남짓 지난 지금 11개 기업 중 아직도 ‘위대한 기업’으로 남아있는 기업은 1개뿐이다. 미국 2위의 유통업체는 ‘위대한 기업’이 된 지 7년 만에 파산 신청을 했고, 금융회사, 제조회사 등 위대했던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혁신이 몰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기본기를 무시하고 현재와 미시적인 시각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가치는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고 점점 더 빨리 움직이고 있고 세상과 고객의 참을성은 줄어들고 있다.


작품은 아주 작은 붓으로 섬세한 터치를 하다가도 천재적 감각으로 순식간에 뒤덮일 수도 있다. 몇몇 예외도 있지만, 기업은 나 혼자 가치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나는 다음의 이야기가 앞으로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길을 가던 사람이 성당을 짓는 세 명의 석공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 물었다. 첫 번째 석공은 ‘망치질을 한다’고 말했고, 두 번째 석공은 ‘교회를 짓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 번째 석공은 ‘영혼의 안식처를 짓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미술관, 박물관의 역사와 그 안의 예술작품들로 지금에 기업이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인류가 사라지지 않도록 계속 가꾸고 보존해온 가치는 무엇인가? 기업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 이 책과 많은 미술관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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