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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Lee Jun 17. 2016

빈자의 미학 - 승효상

책 읽기

나는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아는 디자이너가 별로 없다. 좋아하는 디자이너도 없고. 디자인보다 건축이 더 궁금하다. 그래서 디자이너 대신 건축가를 좋아한다.


건축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물체라는 싱거운 점도 있지만, 짓고 쓰여짐 속에 삶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고 가장 가까이에서 발견할 수 있음에 있다.




빈자의 미학.
여기에선, 가짐보다 쓰임이 더 중요하고,
 더함보다는 나눔이 더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더욱 중요하다.


자본과 경제논리에 의해 현대건축이 봉착한 한계의 대안을 빈자의 미학이라 풀어낸 이 책에는 500년 조선의 선비 정신이 사라진 우리 시대성의 조명, 지난 시대의 예술가들이 말한 미니멀리즘의 한계와 가능성으로 침묵의 가치와 건축가들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보다 넓은 의미로 흔히 정체성이라고 불리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성질에 대한 것을 건축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더해서 장소성이라 부른다. 짓는다는 행위의 시작은 이 장소성의 무늬를 관찰하는 것인데 이는 디자이너가 사용자와 그 정황을 관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동안 에이전시들이 찍어내던 터무니없는 서비스들은 디지털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고 지워졌는가. 기획의 부재와 환경을 탓하면서 나는 어떻게 짓고 있었나. 나는 왜 디자인하는가. 내가 짓는 것의 본질과 수용성에 대해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가.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스릴 수 있는 작은 분노를 품고 타락하지 않고 새롭게 보는 눈을 가져라. 나도 스스로를 옭아매어 자유를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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