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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ne Oct 11. 2017

다문화맘들 행동거지 조심하라

"일부 다문화 엄마들 때문에 편견이 생기려고 하네요"

 자주 가는 다문화 맘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일부 다문화 엄마들이 물건 받아가면서 고마운줄도 모르고 염치없고 몰상식해서 편견이 생기려고 한다, 님들은 한국에서 받는 혜택이 정말 많은데 이러지 말라"는 요지였다.

 한국에서 다문화는 보통 저소득국가 (특히 동남아)를 의미하는데, 인구 6억이 넘는 수십개 동남아 국가 중 어느 나라 분을 만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백인은 아닐터이다. 우리 가족이 이제까지 다문화라고 받은 혜택이 1원도 없었지만 아무튼 그 분이 본 혜택은 억울할 정도로 많았던 모양이다.

 남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설명하는데 영어로 옮기니 이 게시물의 어이없음이 뚜렷해진다. "국제결혼한 여성 포럼에서 누가 한국 사는 동남아 여성들에게 경고를 했어. 자기가 동남아인 몇 명에게 안 좋은 인상을 받았으니, 동남아인들은 조심하라고. 그녀의 말에 따르면 외국인은 한국에서 받는 혜택이 많으니까 고맙게 생각해야 한대"

 저런 분들이 해외 나가서 한국인 출입금지 간판을 봐도 한국인들이 잘못했으니 반성해야겠다고 생각할까? ‘일부 한국인’ 때문에 편견이 생겨서 그렇다는데 너그러이 이해할까?


그러다 문득 생각나버렸네. 한국은 정말로 "흑인 출입금지" 를 써붙였던 나라였다.

여기서 한국이 얼마나 외국인들에게 적대적이고, 동남아인들에게 차별적인 언행을 하는지에 대해서 굳이 설명할 필요는 못 느낀다. 소위 '다문화 이주 여성'들에 대한 주먹구구 지원 정책과, 이미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유린 사태에 대해서도 굳이 설명할 필요도 못 느낀다. 어차피 "나는 안 그랬는데 왜 그래? 한국인이라고 다 그런거 아닌데"라고 할테니까.

대신, 몇 명의 '외국인'을 기준으로 '다문화'를 묶어서 평가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올려서 경고를 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한국인 정서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일부 다문화맘'들이 문제니까 모든 외국인(백인이 아닌!) 이주 여성들은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일부 '맘충'들이 문제니까 모든 아기엄마들은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특정 지역 사람들이 문제니까 그 지역 사람들은 사투리를 감춘다.

선량하고 평범한 한국사람들이 맘충을, 다문화맘을, 특정 지역 사람을, 또 어떤 약점을 공통으로 가진 사람들을 묶어서 논한다. 그들이 악하거나, 멍청하거나, 잘못한게 아니라, 그게 그냥 당연한 것이다. 소속감을 느껴야 하고, 특정 개인을 소속으로 평가하는 사회. 그리고 그 안에서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하는 다문화 엄마들.
정말로 '일부' 때문에 편견이 생기고 있는걸까? 그 '일부'의 특징을 찾아서 다문화맘들은 다 이래, 아기엄마들은 다 이래, 특정 지역 사람들은 다 이래, 라고 말할 준비되어있는 사람들이 '일부'를 핑계삼을 때 나는 아득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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