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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rette Mar 31. 2020

2008 일본 자전거 노숙 일주 #7

일본을 자전거로 관통하던, 그 일곱째 날.

탱자탱자, 나는야 한가한 관광객.




왠지 모를 한기에 눈을 뜹니다.
아침까지도 냉방이 잘되어있네요.

미닛메이드 한잔 쭉 들이키고 친구를 깨웁니다.
이미 시간이 초과되어서 추가요금을 내야되요.
2600엔...춋토 후덜덜데스네

좀 따져봅니다. 전 박스석시킨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결국 제가 잔 곳은 박스석이었으니,
아...아는 것이 돈이로군요.

친구 자전거를 가지러 갑니다.

문득 걷다가 깨닫습니다.
어차피 오카야마로 돌아와야되요.
자전거는 한개고, 짐은 많으니, 전 그냥 친구 짐까지 가지고 근처 마트서 기다리고 있기로 합니다.

괜히 발품 팔면서 고생할 필욘 없지요.

아...하늘은 맑고 시간은 구름처럼 흘러갑니다.

아차차, 이럴때 여행기를 써둬야죠.

어제 일정을 간단히 기록해둡니다.

여행 도중에 쓰는 여행기는 그리 복잡하게 쓸 필욘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시간에 따라서 이른 곳과, 감정과, 사건 등을

단어 나열하듯이, 문장 나열하듯이 적었죠.


어차피 자세한 여행기는 돌아가서 쓰게 될 것이고,

보통은 사진 설명이 중심이 될 것이니까요.

어느 마트, 어느 백화점, 어느 편의점을 가도 꼭 볼 수 있는

야키소바 빵입니다.

이걸 왜 먹나 싶었습니다. 정말.


그래서 궁금했지요. 도대체 무슨 맛일까.

좀 오래 뎁혀서 쭈글쭈글해졌지만 빵은 따뜻하군요.

그리고 한입 베어 먹어봅니다.


음..........


마치 흰 쌀밥에 가래떡을 반찬으로 먹는 느낌이랄까요.

왜 빵에다가 토핑을 면으로 넣었을까요.

게다가 중간쯤 베어먹을때 씹히는 생강맛은...아하하...

제가 일식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한번씩은 일본인의 미각이 의심스러울 경우가 많아요.

저도 이제 노련한 여행자에요.

이미 얼굴 철판은 두꺼워져서, 충전기를 그냥 바닥에 놓아둡니다.

어차피 일본인들은 건드리지도 않아요.


한참을 기다리니 겨우 친구가 옵니다.

일단 웃어줍니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근처 마트에서 카트를 가지고 왔다나요.

대단한 놈입니다. 정말


모두가 흘끔흘끔 거립니다.

저는 조금 떨어져서 걷습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사진명은 '카트라이더' 입니다.

저 매정한 구름은 우리 머리위로 지나가주지 않는군요.

덥습니다, 차라리 달리고 싶어요.


그래도 친구랑 같이 가야되서 어쩔 수가 없지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친구는 자전거를 찾으러 가고

저는 오카야마 방향으로 자전거 수리점을 찾으러 달렸었죠.


그때 유심히 봐둔 자전거 전문점이 있었습니다.

오늘 일요일인데, 장사하는지 의문이군요. 아침에는 문이 닫혀 있었는데.

다행히 문이 열려있군요.

간판이 꽤나 큰게, 수리가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분명히 다양한 자전거를 판매하는 샾인것 같습니다만,

단번에 수리를 거절당했습니다.


수리를 하는 곳이 아니라네요.

옆에는 열심히 펑크를 때우고 있는데도 말이죠.

아...짜증이 납니다. 전문점은 개뿔...


역 근처 허름한 자전거 샾이 생각나서 들렀습니다.

일요일이라 쉰다고 하시는 주인할아버지께

이리저리 간청하고 사정해서

'특별한' 타이어라 거부감을 보이셨지만 그래도 가져와 보라고 하셨다죠.

흠...철TB도 일본에서는 특별한 자전거가 되는군요.


열심히 끌고 갔지만 자리를 비우셨다네요.

안될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난감하군요.


일단 세워두고, 옆집 할머니께 사정을 말씀드린 후에

오카야마 역 건너로 가기로 합니다.

어차피 자전거가 저 상태라서 이동할 수도 없어요.

오카야마 역 히가시구치는 서쪽과는 딴판입니다.

차라리 잘 됐습니다, 자전거 수리하는 동안 느긋하게 시내 구경을 하면 될 것 같아요.

빅꾸 카메라라는, 뭔가 희한하고 웃긴 이름의 큰 건물로 들어가봅니다.

전자제품 백화점쯤 되나 봅니다.


헛, 그런데 기둥에 자전거가 걸려있네요.

자전거 샾이 있습니다.

그래서 물어봅니다, 수리 되냐고.


된다는 말에 환호성을 외치며 자전거를 가지러 갑니다.

"전 모르는 사람이에요!" 열심히 마음속으로 외쳐보지만

저도 자전거를 끌고 있는 이상 소용없습니다.

이미 도매급이에요.

내일 6시면 수리가 완료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저녁 6시말이죠?

오카야마에 정녕 3일간 있어야 하나요?


하지만 이것은 일본인의 습관입니다.

일단 그렇게 깔아두는 거지요.

바쁘거나, 혹은 부품이 없거나 하는 사태를 대비해서

최대한 늦은 시간을 말해주는 거지요.


그러니까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이면 수리가 되어 있을거라 기대해봅니다.

시절은 벌써 한낮입니다.

밥먹으러 역안 맥도날드로 갑니다.

일본에서 자전거를 타다보면, 앞에서 저런 치마입고

자전거 타시는 사람들 보면 놀랍더군요.


안전을 위해서 눈을 돌릴 수는 없었어요.

한창 혈기왕성한 때이기도 했죠.
친구랑 마주보며 주문을 외워봅니다.

"불어라 상승기류!"

세시쯤에 다시 자전거샾에 들러봅니다.

헛, 거의 다 고쳐져 있네요.


저희를 보면서 아직 다 안됬다고, 곤란해하시더군요.

하긴, 고객께는 완전히 수리 된 자전거를 줘야하니까요.

그냥 구경왔다고 말하면서, 다시 6시에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비꾸 카메라 안을 돌아다닙니다.

제 엠피3 플레이어랑 어울리는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샀습니다.


놀랐던 것은,

많은 이어폰들을 직접 들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더군요.

저음이 훌륭한지, 고음이 매끄러운지 알 수 있고

잠시 음악감상 할 수도 있으니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사진을 찍어봅니다.

지금이야 하나도 신기할 게 없는 광경인데, 당시엔 이런 매장을 보는게 신기했었나봐요.

코스프레는 아닌거 같은데 말이죠,

이런 복장들을 일상적으로 입고 다닌다는 것에 대한 문화충격!


빅꾸카메라를 나와서, 옆에 있는 빠징코로 들어가봅니다.

사람이 너무 없네요.

근처 오락실에나 가보렵니다.

재밌어 보이던 페이트 대전게임


옆에 있는 게임은 무슨 게임인지 모르겠네요.

카드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전쟁하는 것 같던데, 신기한 게임입니다.

하루종일 역 근처에 내버려 둔 자전거입니다.

역시 일본답게 건드리지 않는군요.


첫날 이후로는 자물쇠 잠궈본 기억이 없네요.

일본은 자전거 등록제다보니, 도둑질은 엄두도 못내는 것 같습니다.


뭐, 그런 제도 없어도 '타인'에게 관심없는건 마찬가지지만요.


돌아다니다 어느 순간 사라진 이어폰도 오락실에서 다시 찾았다는

훈훈한 이야기는 넘기고요,


빅꾸카메라 앞에 있던 라멘집에 밥을 먹으러 갑니다.

그러고보니 이런 형식의 음식점은 처음 와 보는군요.

바에 앉기는 좀 쑥스러워서, 테이블에 앉습니다.

이미 얼굴색은 한국인이 아닙니다.

일본식 탈인가보죠?

돈코츠 라멘입니다.

뿌연 국물이 깔끔하고 맛있더군요.


이미 문 닫을 시간이 지나서 사리추가는 못했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배부른 우리는 빠칭코에 들러봅니다.


음...일본와서 빠칭코를 안해봤다,

이러면서 일본을 느꼈다 하면 안되는겁니다.

이미 빠칭코는 일본인의 친구에요.


한사람당 500엔씩, 동전을 나누어서 열심히 돌려봅니다.

조금 되는것 같다가도, 결국 딸 순 없군요.


역시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 생각하며

자전거를 가지러 가봅니다.


역시나, 멀쩡하게 고쳐져 있군요.

다만 소리가 좀 나는것 같지만, 바퀴만 돌아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엄청난 수리비에 내 친구는 울상이군요.

밤이 깊어갑니다.

내일 아침밥을 위해서 마트에 들릅니다.

오카야마 복숭아가 그리 유명하다나요.

미하라 공원에서 어떤 할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해봅니다.


좀 비싼 가격이긴 했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운게 참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단단한 복숭아가 더 좋아요.

서점은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어째서 디카에 이 사진이 남아 있을까요.

전 심신 건강하고 건전한 청년일뿐인데요.

오카야마 성으로 가는 도중에 지하공원을 지나칩니다.

젊음이란 좋은 거군요.

적막이 깔린 오카야마 성 공원은 좀 무서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미 노숙이 생활화된 저는

하나도 안무섭습니다, 그냥 누워잘데만 있음 그만이에요.

흔들려서 잘 알아볼 수는 없지만, 화장실 옆 멋진 벤치가 있었습니다.


오늘 밤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카야마 시내 주행

Distance - 20.99km
Average Speed - 10.8km/h

Riding Time - 1:55:49

Max Speed - 37.3km/h




[오늘의 노숙]

오카야마 성 공원


노숙지수 : 3

장점 : 씻을 곳 존재. 안락한 벤치. 벤치가 넓다.

단점 : 모기 많다. 화장실엔 약간 냄새.

메모 :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곳을 찾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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