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자전거로 관통하던, 그 둘째 날.
눈을 뜨니 날이 밝아 있습니다.
잘 일어나지지 않는군요.
의외로 배가 느릿느릿 흔들려서
잠이 조금 늦게 들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 날이 밝아 있다는 것은?
지금 여기는 후쿠오카?!
친구를 당장 깨웁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내 평생에 최초로 와본 '외국'이란 말입니다.
후쿠오카입니다.
당장 여행기를 뒤져보니 하카타 포트 타워라고 되어있군요.
흐흐 지금부턴 일본인겁니다.
친구 표정이 자기집 소개하는 표정인것 같습니다. ㅋ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는 거지요.
후쿠오카는 저를 환영하고 있군요.
비록 입국 수속은 귀찮고 번거로웠지만,
일본 체류시간을 1일로 적어서 직원이 수상하게 바라보기도 했지만,
자전거 빨리 가지고 가라고 한소리 듣기도 했지만,
짐 싣느라 제일 늦게 나오기도 했지만,
그래서 실실 쪼개져 나오는 웃음은 참기가 힘들었습니다.
저희만 남아서 그런지 좀 썰렁하군요.
그리고 저 학생들은 무슨 운동팀일까요?
갑작스레 떠오른 의문을 접으며, 이제 달려봅니다.
일단 후쿠오카 역을 물어봐야겠죠.
대충 길가는 행인 분 붙잡고 말걸어봅니다.
역시 친절한 일본인답게 잘 가르쳐주시는군요.
역시 일본은 좌측통행입니다.
익숙해져야겠죠.
가다가 패밀리마트가 보여서 들릅니다.
배가 고파요.
뱃 속이 든든해야 신나게 달릴 수 있겠죠.
우리 나라보다 비싸다는 점만 빼면 비스무리합니다.
일본 여행하면서 꽤나 신기한걸 발견했는데,
저기 커피우유에 빨대 달려있죠?
편의점에선 종이팩 음료수는 무조건 빨대를 준답니다.
저렇게 달려있는 거야 당연히 안주지만서도요.
쓰레기는 모두 봉지에 담아 '타는 것'에 버립시다.
부모님께 전화나 한통하려고 100엔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가이드북에 나온대로 국제 전화를 시도해봤죠.
뚜뚜...불통입니다.
뭘까요, 이건. 내 100엔이 허공으로 증발했습니다.
달리는 도중에 또 시도하다가, 가이드북을 자세히 읽어보니
이 공중전화는 국내용이었군요...쩝
그러나 이 때는 그 사실을 모른채, 분노하며 달리고 있습니다.
후쿠오카는 돌아오면서 구경하기로 하고,
지금은 키타큐슈 쪽으로 향하는 3번 국도를 타기로 합니다.
다음에 보자꾸나, 후쿠오카야.
63킬로미터 정도면 달릴만 하겠군요.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시모노세키일겁니다, 아마도.
여행 내내 신세를 지게 되는, 우리의 '마구도나루도',
그리고 역시 대도시답게 스타벅스가 있군요.
의외로 일본에서 스타벅스를 별로 못본 느낌입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듯한 와이셔츠 족.
일본에는 자전거가 생활화 되어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인듯 싶습니다. 모든 것이 신기해보이네요.
방학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없습니다.
일본 도로를 달리다보면 느끼는 건데,
정말 크락션 소리 듣기 힘듭니다.
자전거가 지나가려고하면 오히려 차들이 비켜주는 이 훈훈한 상황.
그나저나 정말 덥습니다.
몸을 좀 식히러 마트에 들러봅니다.
우리나라랑 별 다른 차이는 없군요.
그리고 벤또...벤또입니다.
정말 맛있었다죠, 일본의 벤또는.
또 먹으러 가고 싶습니다.
적당히 열을 식혔으니 다시 달려야죠.
마을들을 지나갑니다.
자전거도로가 정말 넓습니다.
기분좋게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너무 오버했는지 자전거에서 넘어졌습니다.
미끄러졌네요. 따끔거리지만 참고 달려봅니다.
일본의 가정집은 2층집이 거의 대부분인가봅니다.
이 더운 날에도 일본집들은 커텐을 쳐 두고 있습니다.
에어컨이라도 틀어둔 거겠죠?
놀랍습니다.
도로보다 자전거도로가 더 넓어요.
게다가 서일본 최고의 미녀가 저를 부르고 있다네요.
신나는 마음으로 열심히 발을 놀려봅니다.
마트에 들러서 밥을 먹습니다.
괜찮네요. 야채가 부족한 감이 없진 않습니다만,
음료수와 함께 맛있게 먹습니다.
물건 포장하는 곳에 쭈그려 앉아 먹었더니
마트에 있는 사람들이 흘끔거리는군요.
하지만 철판 깔았습니다.
잘 먹고, 트림 꺼억하고, 다시 달려봅니다.
뭔가 그윽한 풍경을 지나치고,
뜬금없이 큰 건물을 만납니다.
도시 외곽 일본 도로변에 이렇게 큰 건물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빠칭코입니다.
산적...찻집 맞죠?
확실히 몇 백 년 전이었다면 산적이 출몰할만한 그런 곳임에는 틀림없군요.
언덕을 지나 계절감 없는 낙엽을 밟으며 신나는 다운힐~
그나저나 음료수를 계속 사먹으려니 지출이 크군요.
도중에 만난 국토순례까지 하고 일본까지 횡단하시는 어떤 형을 만나서
물을 얻는 비법을 배웠습니다.
그냥 달라하면 준다더군요...아, 네...
역시 필요한건 용기 인듯 싶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맥도날드에서 물을 구해봅니다.
친절하고 이쁘신 누님께서 물을 채워주셨습니다. ㅎㅎ
맥도날드에서 물 얻은 곳은 이 곳이 유일했다죠.
고마운 마음에 100엔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봅니다.
일본에서 처음 보는 신사입니다.
무언가 역사와 전통이 있는듯 하군요.
자 잘 봤으니 다시 달려봐야죠.
무언가 불안해보이는 가게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님과 이렇게 깔끔한 동네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고쿠라 시내에 들어섰습니다.
역시 지도가 있는 덕에, 헤매지 않고 잘 찾아다니는군요.
툭 치면 넘어질것 같은 NHK 건물이 인상적이었어요.
시내 사진은 이쯤하고, 계속 발길을 재촉합니다.
모지에 도착하니 보이는 저 다리는 무슨 다리일까요?
그리고 바다건너 저 곳은 어디일까요?
점점 다가가봅니다.
거대합니다.
인간의 힘은 대단합니다.
이 다리는 혼슈와 큐슈를 이어주는, 바로 칸몬 대교였군요.
사진을 찍으며 잠시 쉬어봅니다.
인증샷도 찍었으니 이제 다리를 건너봅시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웃어보는 겁니다!
아, 안되는군요.
무언가 억울하고 비통한 심정이지만, 자전거로는 저 거대한 다리를 통해서 지나갈 수 없습니다.
'자전차' 통행가능이 아니었다면 가련한 자전거라이더는 어떻게 이 바다를 건너야할까요?
일본 도로 교통법 상에서는 자전거가 차량이 아닌가봅니다.
자전거는 차도를 달리는 것이 당연하거늘!
일본 정부에 한소리 하고싶지만 힘없는 외국인이라서 참습니다.
그래도 엘리베이터는 널찍하군요.
자전거 타고 질주하고 싶습니다만, 진상 한국인이 될 순 없지요.
덥지만 열심히 끌어봅니다.
저 선만 넘으면 야마구치 현입니다.
다리를 건너서, 조금 더 혼슈 끝쪽인 시모노세키로 갑니다.
오늘 밤은 시모노세키에서 잘 예정입니다.
무려 '신궁'입니다.
삐까뻔쩍한게 꽤나 호화롭군요.
이국적인 분위기의 시모노세키 시내풍경입니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어 가서, 마트에서 구매한 초밥 도시락과 빵으로 저녁 식사를 합니다.
도시락이라고는 해도 역시 본토의 초밥이라 그런지 맛이 있군요.
시모노세키 역 앞은 굉장히 이국적입니다.
굉장히 멋진 건물입니다.
저 위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대인 600엔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그저 발길을 돌립니다.
이런 건물은 계단 또한 멋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낮에 잠시 만났었던 한국인 형님하고 다시 시모노세키 마트에서 만나게 되어,
오늘 밤은 같이 잠자리를 찾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오는 길에 여기저기 체크 해둔 곳으로 갑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형 사진을 찍지 않았더군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사진이 이모양입니다...죄송하군요, 그거 참...
칸몬대교가 올려다 보이는 바닷가 공원에서 잠듭니다.
내일은 또 어떤 광경들이 펼쳐질까 기대됩니다.
바로 이런 재미로 여행을 다니는가 봅니다.
힘들게 달렸기에, 잠은 더욱 달콤했던, 일본에서의 첫 밤.
Distance - 94.14km
Average Speed - 15.5km/h
Riding Time - 6:02:50
Max Speed - 41.1km/h
칸몬대교가 올려다 보이는 시모노세키의 이름 모를 공원.
노숙지수 : 4
단점 : 씻을 곳이 없고, 사람이 조금 다님.
장점 : 시원한 바닷바람, 비 피할곳, 모기 없고, 식수대까지.
메모 : 다른 공원에서 씻고 자려고 했는데,
그 곳은 너무 더워서 이곳으로 옮김.
샤워를 다른 곳에서 하고 오거나, 단지 세수 정도만 한다면 이곳은 완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