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끈다랑쉬와 새별오름
제주에 내려와서 처음에는
육지처럼 곳곳에서 울긋불긋 물드는 단풍을 보는 것이 어려워서 영- 가을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아쉬워하지 않고 말할 수 있어요.
제주의 가을은 억새입니다.
억새는 막 자라났을 때, 약간 분홍빛을 낼 때도 예쁘지만,
개인적으로 절정에 다다라 하얗게 탁 터져서 형태가 뭉그러지며 '흐드러지는'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그 가장 절정은 아마도 '10월 말~11월 초' 일거에요.
제주에는 워낙 사방팔방 억새가 피어서 굳이 어딘가로 찾아가지 않아도 억새를 만날 수 있지만, 멋드러진 곳을 찾는다면 저는 두 군데를 추천해요.
동쪽의 '아끈다랑쉬 오름' 과 서쪽의 '새별오름' 입니다. 두 오름은 아주 상반되는 특징을 갖는데요.
아끈다랑쉬는 올라가기 전에는 잘 모르지만, 정상에 다다랐을 때 분지에 흐드러지게 펼쳐진 억새들을 볼 수 있어요.
반대로 새별오름은 오름에 오르기 전에 아래쪽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정말 장관인데요.. 오름을 새하얗게 뒤덮고 있는 억새가 바람에 출렁이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에요.
지난 휴일에 오랜만에 아끈다랑쉬를 다녀왔고,
오늘은 볕이 좋아 가까운 새별오름에 다녀왔습니다.
아끈다랑쉬 오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편은 아닌 모양입니다. 오르는 길에 풀이 우거져서 치마나, 발목을 가리지 않는 하의를 입으면 발목이 많이 쓰라립니다. 수풀을 해치고 정상에 오르면 분지에 가득 피어난 억새들을 볼 수 있고, 분지를 가운데 두고 능선을 한 바퀴 휘휘- 걸어볼 수 있습니다.
새별오름.
오름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모습이 참 장관이에요. 특히 볕이 좋은 날에 가면 햇볕을 받아 은빛으로 일렁이는 억새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꽤 높은 오름 전체를 뒤덮은 억새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기분이 살랑살랑 좋아집니다. 보통 왼쪽으로 올라가서 오른쪽 길로 내려오는데요. 왼쪽 길이 좀 더 가파릅다. 오후 3-4시쯤에 가면 오른쪽 길로 내려오면서 햇빛에 반짝이는 억새를 보고자 자꾸 뒤돌아 멈춰서데 되는데요. 그 시간대에 가면 오른쪽으로 억새를 바라보면서 오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