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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un 19. 2023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해진 시대

- 인공지능이 바꿔 놓은 것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 저희 세대는 이런 말을 듣고 공부했고 일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을 책에서 다시 한번 꼭 확인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라는 의미였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 부모님은 늘 ‘백문불여일견'이라고 하셨거든요. 사실 저희 때는 찾아보는 것이 무척 귀찮았습니다. 영어 단어를 하나 찾으려고 해도 종이책으로 된 사전은 요령이 몸에 배지 않으면 찾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지금은 네이버 검색창에 키보드로 치면 금방 단어를 찾을 수 있으니 무척 편리해졌지요. 저는 인터넷 혁명이 귀에서 눈까지의 거리를 엄청나게 단축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높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시대의 변화랄까요. 요즘은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은 것을 잘 신뢰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덕분에 검색하는데 몇 초 안 걸리잖아요. 대부분 눈으로 확인하지요. 그러자 이번에는 눈에서 손까지의 거리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아는 것'과 ‘할 줄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지요. 가령 유튜브에서 ‘작곡하는 법'을 검색하면 수많은 동영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고요. 정보의 접근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걸 열심히 봤더라도 막상 실제 작곡을 하려면 어렵습니다. 마치 그 사이에는 깊고도 깊은 어두운 골짜기가 있는 것처럼 건너기 암담하게 느껴집니다. 애니메이션 만화를 그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눈으로 찾아봐서 아는 것과 실제 손으로 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었지요. 


주말 동안 뤼튼이라는 사이트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해 봤습니다. 고맙게도 뤼튼에서는 챗gpt-4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더군요.(감사합니다!!) 사용해보고는 싶지만 아직 월 20달러를 내면서까지 사용할 생각은 없어서 3.5 버전을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어쨌든 챗gpt를 사용해서 가사를 만들고 그 가사에 코드를 붙이고 음계를 찍어달라고 해봤지요. 너무나 빠른 시간에 척척, 만들어주더군요. 이현세 만화가님의 그림체로 손흥민을 그려달라고 해보기도 했습니다.(흠… 이현세 만화가님 풍은 아니더군요, 솔직히) 한참 인공지능을 가지고 놀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공지능은 눈에서 손까지의 거리를 엄청나게 단축시켜 줬구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인터넷 덕에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면 결과물을 끌어내는 것에 대한 접근성은 인공지능 덕에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작곡을 배우기 위해, 그림을 배우기 위해, 오랜 시간을 반복 훈련하는 것이 어쩌면 허망하게도 무의미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귀에서 눈까지의 거리가 단축되었을 때, 세상의 모든 아날로그는 인터넷으로 녹아들었습니다. 이제 세상의 모든 실행은 인공지능으로 녹아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안 있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기로 하지요. 지금은 그보다 더 걱정해야 할 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은 활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생산성이 수십, 수백 배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혹시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10분 만에 만들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아날로그적으로 만들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을 둘러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속도보다 방향이 압도적으로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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