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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un 13. 2023

- 매일 다스려야 하는 것

간혹 화를 왈칵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안에 이런 화가 숨어 있었나, 싶을 만큼 갑자기 벌컥 열이 차 오르는 때가 있지요. 요즘에는 그걸 '급발진'이라고 부르더군요. 

 

사실 잘 따져보면 그게 화를 낼 상황이었나, 할 때가 많긴 합니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화만큼 허망한 것이 없습니다. 좋은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일단 화를 내려면 에너지가 많이 듭니다. 흔히 ‘화낼 힘도 없다'고 하지 않나요. 화를 내는 것도 힘든다는 얘기지요. 게다가 화를 내는 사람의 감정 소모는 무척 큽니다. 화를 내는 건 자기 자신에게 화상을 입히는 것이니까요. 화는 불이 아니던가요. 그 불길이 자신의 마음을 끓게 하여 온몸이 화상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더 안 좋은 건, 그 불길이 타인을 향할 때이지요. 아주 작은 불길이 옮겨 붙은 것 같지만 그 불길이 옮겨 붙은 타인의 마음은 잿더미가 됩니다. 

 

화가 식고 난 뒤의 마음은 폐허입니다. 불타서 그을은 마음의 풍경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지요. 내 마음이 온통 그을음 투성이인데 나의 화를 고스란히 맞은 타인의 마음은 잿더미가 아닐까요. 게다가 전혀 무관한 제삼자들의 일상에도 매캐한 연기와 잿가루가 날아오릅니다. 모두가 찜찜하게 되고 말지요. 부처님은 그래서 화를 내는 것은 손에 불타는 석탄을 쥐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고 하셨습니다. 


오십을 살아보니 누군가의 화에 화상을 입게 되면 그로부터 서서히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화상은 아주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잘 치료되지 않는 것처럼 화를 낸 결과는 무척 오래가더군요. 아니 화상 흉터처럼 흉하게 영구적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수십 년 전 대학 후배에게 불같이 화를 낸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굉장히 서먹한 관계가 되고 말았습니다.(지금 그 후배는 대학 교수인데 가끔 우연히 마주치게 되어도 제게 거리감을 두는 게 확연히 느껴집니다. 저 역시 그 거리를 좁히기에는 늦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제가 남에게 화를 냈던 상황을 하나하나 반성해 보면 대부분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무시당할 때, 나를 하찮게 여기는 것 같을 때, 나를 푸대접할 때, 이럴 때 화가 솟구쳐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만 나를 낮추면 되는 것을 말이지요. 주변에서 부추기기도 합니다. '너는 그런 대접을 받았는데 화가 안 나?' 이렇게요. 하지만 수차례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 화를 내는 것은 나와 화를 내는 대상과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할 뿐 상황을 조금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보다는 냉정하게 논리와 문제제기로 상황을 개선하는 쪽이 훨씬 나은 결과를 만들었던 것 같네요. 


매일매일 '화 안내기 연습'을 합니다. 무척 어렵지만, 간혹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조금 화가 삐져나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니 열심히 수양하며 노력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노력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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