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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ul 02. 2023

'인기'란 무엇인가?

- 배우 한석규 씨의 관점에서 배우다

- ‘인기’란 무엇인가?


배우 한석규 씨는 어느 인터뷰에서 ‘인기'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인기요. 그건 젊음이죠.”


아주 간단한 말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도인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도 연예인이고,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지요. 특히 <<쉬리>>, <<접속>> 등 한국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배우이기에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인기를 지속할 수는 없지요. 달이 차면 기울듯 뜨거웠던 인기도 점점 식게 되기 마련입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그 공허함을 견디지 못하고 이런저런 사건으로, 혹은 자신의 모든 것을 꺼내 쓰고 채우지 않음으로써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인기를 자칫 ‘배우의 스타성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생각하면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예뻐지기 위해 과도한 성형에 매달려야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기답지 않은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인기가 떨어지면 자신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지요. 


그런데 한석규 씨는 인기를 다르게 프레임 했습니다. ‘젊음'이라고요. 쉽지만 놀라운 비유인 것 같습니다. 인기를 젊음이라고 규정한 순간, 인기는 젊음처럼 어느 순간 절정을 이루지만 점점 잃어갈 수밖에 없는, 세상의 이치가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젊음을 아무리 노력해도 부여잡을 수 없듯이 인기 역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언젠가는 놓아버려야 하는 그런 대상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인기는 젊음'이라는 프레임은 아마도 배우 한석규에게 ‘영화'를, ‘연기'를,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했을 것 같습니다. 인기는 젊음처럼 왔다가 가는 것이라면 배우는 인기를 추구할 수 없습니다. 더 본질적인 것,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게 했겠지요. 


저는 연예인이 아니니 ‘인기'가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젊음'이 점차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대체로 가수든 배우든 처음에는 ‘젊음'으로 시작합니다. 세상을 잘 모르고 놀라운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젊음의 ‘에너지'로 정상까지 밀고 올라가는 것입니다. 진정한 승부는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그때부터 진정한 가수,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젊은 시절의 인기만을 되새기며 안타까운 행보를 보이느냐가 가려집니다.  


‘젊음'은 잠깐입니다. 꽃이 잠깐 피었다 지듯 젊음도 잠시 왔다 사라지더군요. 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인생은 살아가야 합니다. 한석규 씨가 ‘인기는 젊음'이라 규정하고 배우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듯 제 삶의  본질적인 부분을 찾아야 하고, 그 본질적인 부분에서 경지에 올라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경지'에 오르기는커녕, '본질적인 부분' 조차 찾지 못한 듯하여 답답합니다.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하며 살아왔지만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어쩌면 생을 끝낼 때까지 계속해야 할 과제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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