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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 Jan 21. 2024

잊어야 할 것, 잊지 말아야 할 것!

- 베푼 것은 강물에 흘려보내고 받은 은혜는 돌에 새기라

“제가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 목숨을 구하게 된 심장병 어린이가 모두 567명인데 지금까지 연락되는 친구는 10여 명이예요. 그건 솔직히 좀 서운합니다. 그렇지만 그 또한 제 팔자겠죠.” - 뽀빠이 이상용 


이상용 씨는 조금 나이 든 사람에게는 <우정의 무대> MC로 유명한 분입니다. 한때 횡령 혐의로 방송을 하차하고 곤욕을 치렀지만, 실제로는 무혐의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지요. 어린 친구들의 목숨을 저토록 많이 살리신 분인데 무고를 당해 고초를 겪었다니 안타깝습니다. 근데, 저는 인터뷰를 보다가 더 놀랐던 건 567명의 목숨을 구한 이들 중에서 단 10명만 연락이 되고 감사의 마음을 표해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떻게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사람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흔히 그들은 자신이 입은 은혜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근데 정말 그럴까요? 자신의 가슴을 찢고 심장을 수술했던 사람이 그 기억을 잊을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기억을 못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마음의 짐을 덜어놓기 위해 자기 방식대로 합리화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심장병 어린이 돕기 덕에 사회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얻었잖아. 그 것 때문에 방송 MC로도 잘 나가고. 그러니 서로 윈윈인 거야. 그런데 굳이 연락해서 감사인사를 하고 그럴 필요가 뭐 있어?’


이렇게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마음의 빚을 덜어 버렸던 것은 아닐까요? 세상일이 아무리 바쁘고 번민이 많아도 이렇게 생각하고 은혜를 잊는다면 참 팍팍할 것 같습니다. 


세상 모든 일을 이렇게 자신의 마음대로 합리화하면 세상에 감사할 일은 없습니다. 유명인들이 좋은 일에 큰돈을 쾌척하는 것도 그렇게 해야 욕을 안 먹기 때문이니까라고 생각하면 자존심은 조금 덜 상할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기부문화를 낙후시키고 기부금도 줄어들 뿐입니다. 병을 고쳐준 의사 선생님에게도, 그 덕에 당신은 큰 돈을 벌었으니 그것으로 된 것 아니냐고 하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전해 준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할 이유가 없어지겠지요. 상상도 하기 싫은 세상입니다. 


감사할 때 남의 마음까지 추측하여 고려하고 다른 사람의 상황까지 고려하여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해서는 곤란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를 바탕으로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 자세는 반드시 상대방에게 전달되고요. 결국은 그런 감사의 마음이 언젠가 곤경이 닥쳤을 때 자신을 지켜주는 갑옷이 됩니다.  


하지만 세상일과 세상 사람들이 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법, 그래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타인에게 베풀었다면 베푼 순간 그것을 잊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에게는 지속적으로 마음에 부담을 안기고, 자기 자신의 마음에는 계속 서운함이 남기 때문이지요. 


은퇴한 직장인들이 제일 상처받는 것이 이제 회사에서 실세가 된 후배들이 자신을 괄시할 때라고 하지요. 


‘내가 그 녀석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나를 이렇게 괄시해?’


후배의 부친이 돌아가셔서 회사를 그만둔 상황이긴 하지만 애써 시간과 마음을 써 조문을 갔는데, 후배가 아무리 기다려도 인사하러 오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일선에서 끗발을 날릴 때였다면 이러지는 못했을 텐데 하는 고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겠지요. 근데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우울증’의 늪에서 한동안 허우적거려야 한다고 합니다. 자신이 베푼 것을 기억하는 것은 오히려 병만 만들 뿐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지요. 그걸 구별해 주는 좋은 말이 있더군요. 


‘베푼 것은 강물에 흘려보내고 받은 은혜는 돌에 새기라’


정말 너무나도 삶의 지혜가 담긴 말인 것 같습니다.  

올해는 이 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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