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이렇게도 해석된다
반백살을 살아오면서 느낀 점입니다. 경험상 우리 뇌는 우리가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고 결정한 일을 대부분 시작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들 겪어보지 않았나요? 뭔가 '해야 하는데...' 싶은 것이 있지만 계속 유튜브 쇼츠만 넘길 뿐 하지 않고 넘어가 본 적 많잖아요? 반면 몸에 해롭거나 시간을 잡아먹을 것 같아서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하지만 우리의 본능이 하고 싶다고 느끼면서 할까 말까 망설이다 보면 대부분 시작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심야에 라면 생각이 나면 결국 그 생각에 굴복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이유로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 대체로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슬프게도 우리는 그렇게 생겨 먹었더라고요.
중요한 일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면 결국 시작을 못합니다. 별의별 합리적인 이유, 비합리적인 이유를 다 끌어다 붙이고 무슨 딴짓을 하게 해서라도 시작을 못하게 만들지요. 시험 공부할 때가 되면 평소에 읽지 않던 책이 그렇게 재미있고 보통 때는 헝클어 놓았던 책상 위를 왜 그렇게 단정하게 정리하고 싶어 지는지요. 그러니 뇌를 달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하면 나에게 이러이러한 것이 좋단다'라며 이성적으로 뇌를 설득해야 합니다. 이게 또 한 번만으로는 안됩니다. 두 번, 세 번, 수십 번, 수백 번을 반복해서 뇌에 각인시켜야 합니다. 그제야 우리의 뇌는 저항 없이 그 중요한 일을 해내게 되지요.
일단 시작했더라도 갑자기 많은 것을 하려고 하면 뇌가 저항합니다. 마치 목욕탕의 뜨거운 물에 들어갈 때처럼 조금씩 조금씩 뇌를 새로운 일에 담가야 합니다. 갑자기 하자고 하면 아무것도 안 한 주제에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뇌에는 통각이 없다던데, 뇌는 지가 아프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주 조금씩 조금씩 해보자고 하면서 뇌를 끌고 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침에 성경 읽기 - 명상 - 태권도를 매일 합니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제가 나의 뇌와 타협을 본 결과입니다. 달래고 또 달랬지요. 처음에는 욕심이 많아서 저 세 가지 외에도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랬더니 뇌가 너무 루틴이 많다고 태업을 합니다. 그래서 조금 빼줬더니 이번에는 너무 시간이 길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도 하루에 10~15분 정도로 줄여줬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순서가 맘에 들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순서도 바꿔 봤습니다.
그렇게 루틴을 다듬어 가면서 결국 저는 매일 아침 내가 수행할 수 있는 운동과 영성의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우리의 뇌는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잘 달래서 활용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생떼를 부리거나 내팽개쳐버립니다.
근데 어린아이 같은 뇌가 좋은 점은, 일단 시작을 하면 협조적이라는 것입니다. 안 하겠다고 생떼 부릴 때는 언제고 막상 시작하면 금방 흠뻑 빠져들어서 이번에는 빠져나오고 싶어 하지 않을 만큼 몰입하게 됩니다. 잘 달래서 시작하기만 하면 그다음에는 뇌가 지가 알아서 이어 나가지요. 딱 책을 10분만 읽어야지 하고 시작했다가 1~2시간 읽어본 경험이 있으신 분도 있을 거예요. 뇌는 그런 식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그런 뜻입니다. 뇌를 잘 달래서 시작하게 하고 몰입하게 하면 그다음부터는 우리의 뇌가 알아서 몰입상태가 되어 일을 해결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우리가 의지와 노력으로 해야 할 일은 ‘시작’하는 것입니다. 시작만 하면 우리의 놀라운 뇌가, 엄청난 능력을 숨기고 있는 우리의 뇌가 해결합니다.
저는 그것을 믿기에 항상 제 마음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일단 시작해. 그럼 돼!’
2024년은 일단 이 믿음으로 출발하는 것이 어떨까요?
'나의 뇌는 유능하다. 일단 시작하면 못하는 일이 없다.'
이렇게요. 그리고는 일단 시작하는 것입니다. 연말에 많은 수확이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