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만에 브런치에 왔습니다.
수술 때문입니다.
5월 9일에 심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명은 ‘대동맥 치환술'입니다. 입원실 침대에 그렇게 붙어있더군요. 지난 연말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그때 엑스레이를 판독하던 의사 선생님이 심장의 대동맥이 부풀어 오른 것 같으니 큰 병원에 가서 CT를 찍어보라는 소견을 냈습니다. 그걸 저희 동네 병원 주치의 선생님이 제게 전달해 주셨지요. ‘대동맥류'라고 하더군요. 정맥이 부풀면 ‘정맥류'고 대동맥이 부풀면 ‘대동맥류'라고요.
그런 진단을 들었음에도 선뜻 CT를 찍으러 갈 마음이 안 들어 차일피일 미루다 4월 중순쯤 CT를 찍었습니다. 건강한 대동맥에 비해 3배 정도 부풀어 있다더군요. 신촌 세브란스 심장 내과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어서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만약 터지면 10분 내로 사망합니다. 보통은 약물로 먼저 치료를 하는데 환자분은 많이 부풀어서 수술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술은 언제….?
다음 주에 입원하셔서 검사하시고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수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나 빨리요?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없나요? 회사와 상의도 해야 하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저야 1년도 10년도 기다릴 수 있지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듯 터지면 응급처치가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환자분께서 서두르셔야 할 일인데요?
대화를 옆에서 듣던 아내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말을 끊고는 다음 주에 입원하겠다고 의사 선생님께 이야기하더군요. 제게 이게 미룰 일이냐고 핀잔을 주면서요.
그렇게 지금껏 살아오며 처음으로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성공확률이 97%인 수술이라 죽음의 공포 같은 것을 느낄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누워서 수술실의 차가운 조명을 바라보게 되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다행인 건, 아주 잠깐 두려움을 느꼈을 뿐 곧 잠들었다는 점입니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고 신비한 체험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엄청난 갈증과 함께 눈을 뜨니 중환자실이었지요.
이제는 수술 부위는 아물었고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습니다. 단지 가슴을 여는 수술이라 폐가 쪼그라든 데다 약 2주의 입원기간과 퇴원 후 집에서 2주 정도 요양을 하는 동안 근육이 많이 빠져서 금방 수술 전과 같은 체력을 회복하지는 못하더군요. 앞으로 한 2-3개월 동안 꾸준히 운동하고 몸을 관리해 나가야 수술 전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수술 때문에 몸이 불편하니 마음먹은 일들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더군요. 건전한 정신이 건강한 육체를 만드는 것도 맞지만, 건강한 육체가 있어야 건전한 정신이 깃드는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혈관이 부푸는 병을 부른 건 결국 지금까지의 제 생활 습관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의 생활 습관을 잘 만들어가면 앞으로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겠지요.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좋은 생활 습관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종종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