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홍보물은 아닙니다만...
서울시에서 손목닥터 9988이라는 프로젝트를 한다고 홍보하는 걸 본 것은 꽤 오래전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또 세금을 아무 데나 쓰는 군.’ 하며 쓸데없는 것이라 치부했었지요. 그런데 수술을 마치고 난 뒤 회복을 위해 가벼운 산책 등의 운동이 필요해졌을 때 다시 해당 프로젝트의 홍보물을 보게 됐습니다. 그러니 신기하게 관심이 가더군요. 건강을 챙길 겸 해서 사용해 봤는데, 생각보다 꽤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사실 혈압과 체중을 매일 재는 게 쉽지 않습니다. 혈압약 먹는 것도 깜빡깜빡하는데 매번 혈압계를 꺼내 혈압을 재는 게 쉽지 않더군요. 자꾸 잊어버려요!! 근데 이 앱은 그걸 매일 하게 해 줍니다. 아주 유치하게 그런 거 하면 10원씩 준다고 꼬셔서요^^. 이런 식입니다. 매일 8 천보 이상을 걸으면 200원쯤 줄게! 건강 상식을 읽어도 100원쯤 주고 명상을 하면 30원 정도 줄게! (사실 정확한 금액은 잘 기억 못 합니다. 10원이든 30원이든 비슷한 푼돈이라 잘 따져보지 않아서 수치가 틀릴 수 있어요^^;;;)
일종의 ‘넛지’인 셈입니다. 저는 갤럭시 워치로 걸음수를 측정하는데 이런 종류의 디바이스가 없어도 신청하면 서울시에서 스마트밴드까지 주더군요. 흠, 나한테 필요한 혈압 측정, 체중 측정, 만보 걷기, 명상, 건강 상식 획득 등을 하면 푼돈이긴 하지만 돈까지 주다니, 괜찮군. 그렇게 생각했지요. 이렇게 푼돈 나눠주며 건강관리를 시키는 게 서울시 입장에서는 훨씬 돈이 덜 드는 ‘장사’(?)일 것 같습니다.
좀 뜬금없지만, 지금보다 꽤 젊었던 2-30대의 저는 건강이란 가슴 떡 벌어진 보디빌더나 90분을 줄기차게 뛰어다니는 축구 선수 같은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힘 세고 근육 울퉁불퉁하고 아무리 뛰어도 숨차지 않은 그런 상태 말이지요. 부르스리나 람보, 코만도를 보며 자랐던 세대여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조승연 씨 유튜브를 보다가 시대별로 이상적인 신체에 대한 관념이 달랐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그걸 듣고 이해가 됐습니다. 근대 초기에는 신사 숙녀의 시대로 남자는 배가 불룩 나온 스타일을, 여자는 코르셋으로 허리를 꽉 잡아맨 스타일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봤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미국에서부터 전투의 도구로서 가장 완벽한 신체를 이상적인 신체라고 생각하는 관념이 할리우드 영화를 타고 세계를 휩쓸었다는데요, 제가 딱 그 세대였던 것입니다. 배에 왕자 똭!! 가슴 근육 빵빵!! 허벅지 빠방!! 이런 관념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세대라는 거죠.
그런데 이제 세상은 변했고 이제 사람들은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신체, 편안한 신체, 웰니스적인 신체를 이상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룰루레몬 등은 그런 변화에 따라 성장한 브랜드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저는 늘 왜 룰루레몬이 그렇게 뜨나 생각했는데, 이런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갔습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생각도 못했던 수술까지 받아보고 하니, 이상적인 신체에 대한 제 생각도 웰니스적으로 변했습니다. 삶을 행복하고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신체, 즉 웰니스적인 신체가 점점 이상적으로 느껴진달까요. 그에 따라서 지향하는 운동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요즘 저는 산책을 많이 합니다. 최소한 하루에 8 천보에서 많으면 1만5천보 정도 걷습니다. 혼자 걸으면서 거리의 풍경, 바뀌는 하늘색 등을 보는 것은 꽤 쏠쏠한 재미입니다.
명상 역시 좋습니다. 제가 명상에 대해 대단히 조예가 깊거나 하진 않습니다. 정말 명상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좀 웃을 수도 있을 정도이니까 초보 축에도 못 낀다고 봐야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꽤 오랫동안 명상을 해 왔습니다. 그 경험에서 말씀드리면 명상을 권합니다. 이유는, 명상도 일종의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잘 자각하지 않았던, 언제나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 같던 것들을 하나하나 느껴보는 경험을 할 수 있거든요? 가령, 가장 기본적으로는 숨 쉬는 것에 대해서부터 느끼게 됩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내 피부를 어떻게 간지럽히는가, 이런 것들을 가만히 느껴볼 수 있습니다. 탐험가처럼 세상의 온갖 진귀한 것들을 찾아 헤매는 것도 새로운 경험을 하는 방법이지만, 가만히 앉아서 호흡과 신체에 집중하는 것 역시 새로운 경험을 하는 방법이지요.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삶을 풍요롭게 하잖아요? 그렇기에 명상을 권합니다.
아,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튀는데, 사실 오늘의 핵심은 이겁니다.
손목닥터 9988? 다들 해보시라고요!!
수술을 받고 잠시 몸이 불편해지니 정말 뼈저리게 느껴지더군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