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을 줄이면 글이 나온다.
저는 주말에 신문을 읽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매일 아침 신문을 읽지요. 아, 요새는 사람들이 신문을 거의 읽지 않는다고도 하더군요. 저는 매일 아침에 읽는 대신 주말에 몰아서 읽습니다. 그렇게 읽다 보면 제게 중요한 기사와 그렇지 않은 기사(특히 정치 기사들)가 잘 가려지더라고요. 그러다 참고할 만하거나 곱씹어볼 만한 기사가 있으면 스크랩을 해 놓습니다. 사파리에 디지털로 저장하기도 하지만 종이신문 자체를 가위로 오려서 서랍에 넣어두기도 하지요. 종이신문을 오려서 그 위에 만년필로 메모를 하기도 하는데요. 마치 ‘명상'을 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요즘은 그냥 타이핑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게 스크랩을 해 둔 기사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흔 살, 그 많던 친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라는 책의 서평 기사인데요. 책 제목이 꽂혔기 때문에 스크랩해 두었던 기사였습니다.
제 경우에는 이십 대 때 하루 중 대다수의 시간을 친구들과 보냈던 것 같습니다. 낮동안 시시덕 거렸던 친구들과 밤에 또 술을 마셨지요. 이야기를 나누고 논쟁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친구들을 1년에 한 번 송년회 때나 봅니다. 저마다 바쁜 사회 생활과 회사 일에 치여서이겠지요.
1년에 한 번 만나도 이상하게 예전처럼 말을 많이 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대화가 겉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겁니다. 나이를 먹으니 예전에는 잘 들어주던 친구들도 말이 많아지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게 되더군요. 과거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논쟁을 하더라도 액체처럼 잘 섞여 들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다들 고체가 될 것 같아요. 자주 충돌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 딱딱해져서 상대방을 잘 찌릅니다. 자랑과 허영이 많아지고 비아냥과 조롱이 빈번해집니다. 그리고 서로 생각이 다르면 무시하게 되고요.
다른 친구들이 보면 저 역시도 그렇게 고체가 되어 가고 있었겠지요.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친하게 만나던 모임에 더는 나오지 않는 친구가 있는데, 다른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저 때문에 그 친구가 모임에 참석하는 게 거북해졌다고 했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끝내 알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아팠지만 그런 관계는 복원하기 힘듭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지요. 세월의 흐름에 흘려보낼 수밖에 없지요.
만나기가 껄끄러워 안 만나고 안 만나다 보니 더 껄끄러워지고 모임에 껄끄러운 친구가 생기면 그 모임에 나가는 것을 꺼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중년 남성에게 닥친 우정의 위기'는 정서적 교류 부족으로 인해 중년 남성에게 신체적, 정신적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하네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왜 안 그렇겠어요.
제 경우에는 말할 기회가 없다는 점이 문제였던 것 같고 지금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상처받는 것도 싫고 상처를 주는 것도 싫다 보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줄어들고 모임의 횟수가 적어집니다. 당연히 말할 기회가 줄어들었습니다. 간혹 우연히 지인과 대화를 나누게 되면 마치 대화에 굶주린 사람처럼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저를 보고 놀라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더 주의하게 되더군요.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차라리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글로 쓰자, 마치 일기장처럼. 그런 생각으로 쓰고 있는 게 브런치입니다. 처음에는 원래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점점 그렇게 되더라고요. 주변에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제 생각을 글로 적어 브런치로 휙 날려 보내면 마음이 홀가분해집니다. 그러니 제 글을 읽으시다가 조금 불편한 이야기가 있어도 너그러이 받아들여주세요^^
시간차 없이 실시간으로 나누는 대화가 쉽지 않은 사람은 저처럼 브런치에 글을 써보세요.
정서적 교류 부족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악영향을 피하는 데는 꽤 도움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