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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Aug 30. 2022

끝나지 않은 마녀사냥

왜 빌런들은 같은 편일까

지난 1년 동안 새로운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직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사랑과 존중을 받고,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며 나는 다시 밝은 웃음도 되찾고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이 되었다.


외국에 나가면 한국 사람을 제일 조심해야 한다는 말 한 번씩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이 얼마나 가슴에 새겨야 할 중요한 조언인지 나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방심을 했다가 또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직장에서 젊고 순수한 미국인 친구들과 한없이 따듯하고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다 보니 인간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이 가득해졌고, 나는 갑자기 같은 또래 한국인 친구들도 만나고 싶어졌다. 같이 운동이나 하이킹도 하고 맛있는 한식도 먹으면서 한국어로 따듯하고 속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이 생겨서 한국인 여성들의 하이킹 모임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이 셋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인 나는 그곳에서 또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모든 한국인 이민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곳의 한국인들은 자신들과 조금만 다르거나 약점이 있어 보이는 사람을 보면 가차없이 물어뜯고 돌팔매질을 한다는 것을 나는 1년 사이에 완전 잊어버렸던 것이다. 나는 이미 지난 일을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별 생각 없이 그 하이킹 모임에 문을 두드렸던 그 선택은 지금까지 너무 후회가 된다.


그 모임에서 나는 얼굴도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해 잘 아는 척 하면서 사람들에게 온갖 입에 담지 못할 황당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 사람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사과를 받기는 커녕, 그 말을 나에게 전했던 사람까지 말을 바꾸면서 자신은 그런 말을 전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고, 근거 없는 뒷담화와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도 끝까지 뻔뻔하게 나오면서 다같이 나를 성질 더럽고 미친 사람으로 몰아갔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도 모두 나에게 대놓고 차갑게 대하면서 등을 돌렸다.


나는 착잡하고 억울한 마음으로 그곳에서 알게 된 모든 사람들을 차단했고, 이곳에서 다시는 한국인을 만나지 않겠다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다짐했다.


나는 분명 그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최고의 예의를 지키고 다정하고 따듯하게 대했다. 나는 그들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 정말 아무리 양심적으로 내 인생을 돌아봐도 나는 누구를 만나든 진심으로 존중하고 잘 대해줬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힘겨웠던 내 인생을 나는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혼자 힘으로 열심히 살아왔고, 그 만큼 내 인생과 나 자신에 대해 당당하다. 


그런데 왜 이곳 사람들은 마녀사냥 하듯이 계속 나에게 돌을 던지고 나를 혐오하면서 집요하게 손가락질 하고 괴롭히는 것일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나다운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이다. 


속상하고 억울하고 불안한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소중한 사람들과 나의 멋진 꿈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크게 상처가 나버린 마음을 계속 치유하고 곧 행복한 일상을 되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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