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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May 10. 2022

미국에서 보이스 피싱 당하고 전재산 날린 이야기 (3)

((2)편 글에 이어서 씁니다.)


미국 경찰은 역시나 또 다시 나를 실망시켰다.

그 의뢰자가 보이스 피싱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는데, 담당 경찰과 연결되기도 힘들었고 몇 시간 후 겨우 연결되었지만 수사를 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그 범인들은 실제로 미국에 있지도 않을 거라고, FBI도 못 잡는다면서 나보고 왜 조심하지 않았냐고, 그런 사기 수법은 완전 상식이라고, 너무 좋은 조건에 넘어간 내가 욕심이 많았다는 식으로 말을 하며 나에게 2차 가해를 했다.


도대체 이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느 부분이 선진국이라는 것인지.

가정 폭력과 보이스 피싱이라는 심각한 범죄의 피해자가 두 번이나 되었는데 경찰에게서 아무런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그때 마침 보이스 피싱으로 자살한 분들의 뉴스도 여러 건 나왔는데 나도 정말 같은 심정이었다.

  만원이나 되는  돈을  뜨고 도둑맞은 상황 믿고 싶지 않고 기가 찼지만, 단지 액수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필 어려운 시기에 너무 어이없게 당했다는 자괴감과 막막함, 내가 한심하고 바보처럼 느껴져서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지는 고통에 꺼이꺼이 목놓아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나의 바보 같은 실수로 아이들을 키울 돈을 또 잃었으니 다시 일할 자신도 사라지고 인생이 더 이상의 희망 없이 밑바닥으로 추락한 기분에 물 한모금도 넘길 수 없었다.


다시 돌아봐도 너무 마음 아픈 기억이지만, 역시 이 글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담담히 아픈 과거를 풀어보았다.


그런데 전재산을 잃은 두 사건을 통해 나는 오히려 겸손과 감사를 배웠다.

두 번 모두 어쩌면 나의 자신감과 자만심으로 인해 예방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를 낮추고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지금 일하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이고, 마음 수양을 하는 자세로 고된 노동을 반복하며 1년째 그럭저럭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고, 많이 회복되었다.


모든 것을 잃고 내던져진 밑바닥에서 내가 힘을 낸 근원은 결국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물질적으로 모든 것을 잃었지만, 아이들과 내가 건강하게 무사히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했고,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을 보내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오늘도 나는 모든 것이 감사하다.

아이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하루가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하다.

이렇게 겸손하고 신중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며 조금씩 다시 일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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