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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May 10. 2022

미국에서 보이스 피싱 당하고 전재산 날린 이야기 (2)

((1)편 글에 이어서 씁니다.)


그 동안 한 에이전시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하다가 팬데믹으로 인해 그 에이전시가 잠정 휴업하면서 나도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일을 구해보려고 한 것인데, 바로 어떤 개인에게 일을 의뢰하는 이메일이 왔다. 


개인과 직거래를 해본 적이 없었지만, 너무 친절한 말투에 좋은 조건으로 일을 의뢰해서 나는 진짜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에 기쁜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작업비를 선불로 주겠다면서 우편으로 수표를 보내왔는데, 처음 말한 금액의 2배가 적혀 있었다. 


그 사람은 내가 일을 잘해줘서 비슷한 작업을 하나 더 부탁하고 싶어서 그 다음 작업비까지 보냈다고 했다. 사실 그 전에 다른 에이전시와 친밀하고 훈훈한 관계에서 좋은 조건으로 일했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이 개인 의뢰인에게도 친밀감과 신뢰를 느꼈고 아무 의심을 하지 못했다.


수표를 받고 몇 시간 후 그 사람은 갑자기 빨리 은행에 가서 수표를 입금하고 그 돈을 자기에게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는데 돈이 없어서 며칠 내로 돌려줄 테니까 다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정말 무엇에 홀린 듯이 나는 그 사람이 말한 계좌로 돈을 보내줬고, 내 계좌에서 한 번에 송금해줄 수 있는 금액이 초과되서 보낼 수 없게 되니까 나머지 돈은 아마존에서 상품권을 사서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정말 그때까지도 아무 의심 없이 아마존에서 상품권 600달러를 결제했는데,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에서 전화가 바로 걸려왔다. 


내가 상품권을 사서 보내는 그곳이 사기꾼(scammer)이기 때문에 상품권 구매를 취소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같은 수법에 당한 나같은 사람들이 아마존 상품권을 사서 보낸 경우가 여러 번 있었나보다. 

그런데도 나는 그때까지도 그 의뢰자를 사기꾼이라고 생각 못하고, 그 의뢰자의 이메일과 문자가 해킹을 당했나 생각하고, 그 사실을 알려주려고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 동안은 이메일과 문자로만 연락을 했고 직접 목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당연히 그 의뢰자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로 나에게 왜 전화하냐고 물었다. 그리고 상품권을 빨리 보내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때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급히 검색을 해보았더니, 그 당시 미국에서 프리랜서들을 상대로 빈번하게 발생한 사기 수법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원래 계약금보다 큰 금액이 적힌 가짜 수표를 프리랜서에게 보낸 후에 차액을 돌려달라고 하면, 속은 프리랜서는 자신의 계좌에 있던 돈을 사기꾼에게 송금하게 되고, 며칠 후 그 수표는 가짜라서 무효가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냥 자신의 생돈을 사기꾼에게 보내주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전재산인 재난지원금을 어이없게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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