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나 May 10. 2022

미국에서 보이스 피싱 당하고 전재산 날린 이야기 (1)

(글이 길어서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작년에 두 번 연달아 전재산을 날렸다.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다달이 생계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으로 살고 있지만 그래도 매일 별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너무나도 감사하다.


우선 처음 전재산을 잃은 이유는 폭력 남편이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고 하룻밤 감옥에 보낸 것에 대한 복수로 전재산을 빼돌렸기 때문이다. 그 놈은 거의 백수였고 내가 가장이었기 때문에 따지자면 다 내 돈인데, 어차피 훔쳐간 재산을 현금화해서 숨겨놓으면 찾을 수도 없고 재산분할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돈은 먹고 떨어지라고 포기하고 그냥 그 놈이랑 빨리 이혼하고 다시 일어서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시간을 끌수록 그 놈보다 학력과 소득이 훨씬 높은 내가 더 손해였다. 자칫하다가는 이혼 후에도 내가 그 놈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억울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놈은 정말 내가 모든 것을 다 내주고, 나는 변호사도 없이 간단하게 진행했는데도 자기 변호사에게조차 잠수를 타면서까지 이유 없이 이혼을 1년 가까이 질질 끌었다.


낯선 외국 생활 중이고 나에게는 지켜야 할 아이가 셋이 있는데, 통장 잔고가 0달러가 찍힌 것을 본 순간 충격에 온몸이 떨렸다. 몇 년 동안 밤잠 못 자고 건강을 해치면서 번 피같은 돈이라서 아깝기도 했지만, 정말 사람이 이렇게까지 바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그 놈이 워낙 쓰레기라서 돈을 빼돌릴지도 모른다고 얼핏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설마 법이 존재하는데 그렇게까지 무모한 짓을 할까 싶어서 방심했던 것이 내 잘못이다. 경찰과 판사에게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거짓말과 연기를 하는 놈인데. 그런 놈과 평화롭고 합리적인 이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다.


어쨌든 통장 잔고가 0달러가 되었다가 정말 감사하게도 얼마 후에 미국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을 통장에 입금해줬다. 아이가 셋이라서 재난지원금이 두 달 정도 생활할 수 있는 꽤 큰 돈이었다. 나는 일단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하고 다시 프리랜서 일을 구하기 위해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했다.


그리고 재난지원금을 받자마자 두 번째로 전재산을 날린 미국판 보이스 피싱 사건이 바로 발생하게 된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민 생활의 살벌씁쓸한 인간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