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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Sep 27. 2022

40대 한국 아줌마의 두 번째 미국 취업 도전기

(+ 면접 꿀팁)

미국에서의 첫 직장 생활이 1년이 넘어가며 생각이 많아졌고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 사업을 하고 싶은데 다달이 생활비도 부족한 현실과, 취업을 하려 해도 전공 공부는 고생대 시절에 했던 듯 아득하기만 하니 계속 진로 고민이 많았다. 


사실 내가 그 동안 전공과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이나 대학원에 지원하지 못한 이유는 그놈의 추천서 때문이다. 입사지원 또는 학교 지원 시스템 자체에서 추천서 3개를 업로드하지 않으면 아예 진행이 되지 않아서 아무 연고도 없는 초보 이민자인 나는 지원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것이다. 


얼마 전 채용 사이트를 기웃거리다가 내가 해볼 만한 일이 눈에 띄어서, 별 기대 없이 그냥 지원서를 입력해 봤는데, 레퍼런스와 추천서를 첨부하지 않고도 메뉴가 넘어가서 지원을 완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추천서도 없는 나에게 면접 기회가 주어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후 나와 면접을 보고 싶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미국 와서 별별 서러운 꼴 당하면서 고생한 기억들이 스쳐가면서 눈물이 났다. 한편으론, 아무 기대 없이 지원했다가 덜컥 면접을 보게 되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루 종일 유튜브와 구글에서 내가 면접 보려는 직종의 인터뷰 질문을 모두 검색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수백 개의 예상 질문들에 대해 내가 다 준비를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나를 믿기로 했다. 내가 평소에 생각한 대로 솔직하게 대답하면 될 거라고, 이렇게 서류도 통과하고 면접도 보게 된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자기소개와 내가 물어볼 질문은 살짝 준비했다. 

미국에서 취업 면접을 볼 때 대부분 첫 질문은 자기소개로 시작할 것이다. 이때 자기소개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OO학교를 졸업하고…”와 같은 개인적인 자기소개를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지원하는 업무와 관련된 교육과 경력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하면 된다. 그리고, 면접의 마지막은 항상 “질문 있으신가요?”인데 질문 없다고 하는 것보다 내가 지원한 곳이나 업무에 대해 관심을 표현하는 질문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내가 지원한 곳은 고등학교라서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여러 선생님들이 면접관으로 앉아 계셨다. 

솔직히 미국에서의 첫 면접인 셈인데 자신도 없고 긴장이 되었다.

어쨌든 신기하게도 첫 질문은 해당 업무와 관련하여 받은 교육과 경력이 있으면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고, 나는 생각한 대로 간결하게 잘 설명했다.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만족스러워 하는 선생님들의 표정에 조금씩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질문을 받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 덕분인지 처음 생각해보는 문제였지만 나는 바로 잘 대답할 수 있었고,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은 감동한 표정으로 또 고개를 크게 끄덕이셨다. 


면접의 마지막 질문은 당연히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였고 나는 준비한 질문을 여쭤보았다. 그렇게 나의 공식적인 첫 면접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교장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어제 면접이 감명 깊었는데, 내가 레퍼런스를 첨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레퍼런스 두 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의 이런 취업 시스템이 나에게 어려운 이유는 내가 아는 사람도 거의 없기도 하지만, 작은 부탁도 하기 어려워하는 성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레퍼런스가 되어주는 사람은 교장 선생님에게서 전화를 받게 되고, 나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받게 되는 것인데 그만큼 나에 대해 잘 알고 나를 믿고 기꺼이 자신의 연락처와 시간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리고 나는 나의 성격을 거스르며, 그런 부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냥 취업을 포기할까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끝까지 해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어차피 미국 사회에서 살려면 레퍼런스와 추천서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작업했던 캐나다 회사에 부탁했다. 다행히 흔쾌히 도와주겠다며 너무나 감동적으로 나를 격려해주는 답변이 왔다. 


또 한 명은 지금 일하는 가게의 사장님에게 부탁했다. 마음 졸이며 부탁했는데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해서 너무 감사했다. 

아무튼 이렇게 레퍼런스 두 명의 연락처를 교장 선생님에게 알려줬고, 그 두 분이 나에 대해 참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준 덕분에 나는 채용이 되었다!


이렇게 나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 보조교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교장 선생님이 축하해 주시면서 축하 파티를 꼭 하라고 하셨고, 학군의 인사팀과 채용 절차를 위한 서류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교직원들이 다들 축하해 줘서 참 환대 받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할 일이 어떻게 보면 참 작은 역할인데도 환영해주고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고맙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새롭게 펼쳐질 직장 생활에서 나는 어떤 것을 배우고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물론 영어 때문에 걱정도 많지만, 그것도 나를 믿고 꾸준히 노력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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