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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Dec 26. 2019

뉴욕 현지에서 크로스핏을?

크로스핏 생존기(3)

쉬러 가서 무슨 운동이야


크로스핏을 시작하며 운동 유투버 영상을 즐겨보기 시작했다. 운동 자세나 상식을 재미있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 중 한 유투버는 해외 현지에 있는 gym을 뿌수고 온 영상을 업로드했다. 경이롭게 또는 경악스럽게 지켜보며  '아니 왜 여행까지 가서 무슨 운동이야 오버야 오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문득 이런 궁금증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해외에서도 크로스핏을 할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크로스핏은 전 세계 모든 박스에 공통 적용되는 규칙이 하나 있다. 바로 "Drop-In(1회 체험)"이다. 표현 자체는 나라마다 혹은 박스마다 다를 수 있는데 크로스핏 WOD 1회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헬스장으로 따지면 무료 PT 1회와 비슷한 개념인데, 헬스장에 3개월 혹은 6개월 혹은 1년 정도 등록을 해야 제공해주는 반면, 크로스핏은 그 박스에 등록하지 않아도 일정 금액의 비용을 지불하면 크로스핏 체험이 가능하다. (무료인 곳도 있고, drop in 기간이 일주일인 곳도 있다)


이 drop in 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크로스핏이라는 운동 자체가 굉장히 생소하기 때문에 헬스처럼 한 달 혹은 년 단위로 끊어버리면 자칫 적성에 맞지 않아 금방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그러니 '한 번 (체험)해보고 맞으면 등록해'라는 초심자를 위한 배려인 셈이다.


크로스핏 이미지 검색하다가 너무 공감되어 가져왔다. 크로스피터라면 누구든 저 사람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크로스핏 박스 별 특성이 헬스장에 비해 훨씬 크다는데 있다. (물론 헬스장도 PT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운동 기구나 루틴이 그렇게 크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이상 헬린이의 생각)


그 날 그 날 실행하는 운동의 종류(WOD)도 다르고 트레이너에 따라 운동의 질이 달라진다. 따라서 중급자의 경우 박스를 옮길 때 혹은 선택할 때 섣불리 개월 단위로 끊는 게 아니라 한 번 체험해 보고 박스의 특성을 조금이라도 파악한 뒤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덕분에 크로스핏을 하면 재미있는 일을 경험할 수 있다. 장기출장을 갈 때 지리적으로 내가 다니던 박스와 멀리 떨어져 있으니 크로스핏을 자칫 오랜 기간 못할 수도 있는데 그 지역에 박스가 있기만 하면 무료로 혹은 적은 비용을 내고 1회 정도 운동을 할 수가 있다.


경제적 여유만 된다면 박스 한 군데에 장기 등록하고 해당 박스의 와드가 지루해질때 쯤 근처 박스 몇 군데에 체험가서 새로운 마음가짐도 다지고 원한다면 아예 옮길 수도 있다. 


이걸 국내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세계로 펼쳐보면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가도 내가 머무는 숙소 근처에 박스가 있으면 크로스핏을 끊기지 않게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을 크로스핏을 처음 할 때는 제대로 알지도 활용도 못했다. 특히 "해외에서도 크로스핏을 할 수 있나?" 라는 자문엔 "굳이 외국에 가서 크로스핏을 해야 해?"라며 가볍게 넘겨버렸다. 그런데 지난 11월 말 ~ 12월 초 뉴욕 여행에서 결국은 나도 맨해튼 현지 크로스핏에 등록하고 와드를 하고야 말았다. 


약 2주 정도 되는 여행기간 동안 크로스핏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척 초조했다. 맨하탄 숙소에 있는 운동시설을 이용하면 되려나..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헬스'시설에서 크로스핏을 혼자 연습하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그러던 중 맨하탄 도착 당일, 미드타운 웨스트쪽에 있는 첫 번째 숙소를 향하다가 예전에는 전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이상한 간판을 발견한다. 



바로 중앙에 보이는 SEWMAKR... 말고 CROSSFIT이라는 하얀색 간판. 사실 첫날 저 간판을 봤을 땐 막연히 반갑기만 했다. '아 그래, 여긴 크로스핏의 본고장 미국이지. 크로스핏 박스를 맨해튼 현지에서 보다느 되게 신기하다' 정도? 도착 후 처음 몇일 간 숙소를 빈번하게 드나들며 저 곳도 많이 지나다녀도 별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여행 4일쯤 문득 '숙소 건너편에 있는 크로스핏에 등록해서 운동이나 한 번 해볼까? 크로스핏의 본고장에 왔는데 한 번쯤은 해볼 만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이 때도 마찬가지로 크로스핏 경력이 많지 않은 클린이었고, 말도 잘 안 통하는 곳에 가서 머리 까만 동양인 홀로 박스에 툭 던져져 있으면 왠지 근육 몬스터들이 나만 쳐다볼 것 같고 '그래 동양인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며 악마의 눈으로 쏘아보고 지켜볼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소심한 마음에 구글 지도를 켜고 해당 크로스핏 박스를 검색해보았다. 누군가 리뷰를 올려놨을 거란 기대감에. 아니나 다를까 64개의 리뷰가 있었다. 박스에 방문해서 상담할 용기는 없었다. 왠지 상담하러 박스에 들어간 순간 "welcom boy, come on Let's exercise with us"라는 한마디와 함께 후룩 하고 빨려 들어가 한 시간 동안 초죽음이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서다.


리뷰 속 사진을 보니 역시 크로스핏의 본고장답게 시설이 넓고 좋았다. 그런데 박스에 대한 평가는 조금 호불호가 나뉘었다. 특히 특정 트레이너에 대한 평가가 그랬는데 누군가는 최고의 트레이너라 했고 누군가는 정말 불친절하고 고집불통이며 다신 오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했다. 


마음이 점점 작아졌다. 칭찬 일색이어도 등록할까 말까인데 불친절한 트레이너가 있다니 더더욱 가고 싶지 않아 졌다. 숙소에 머무는 남은 3일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여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고민은 계속됐다.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갈까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 까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어처구니없게도 고민하는 사이 미드타운에서 로워 맨해튼으로 숙소를 옮겼고 크로스핏 헬스 키친은 그대로 안녕이 되어버렸다. 


왠지 이대로 현지 크로스핏을 체험하지 않고 귀국하면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 미국 현지까지 가서 본토 크로스핏을 체험할 절호의 기회였는데 용기와 도전정신 부족으로 이대로 떠날 수는 없었다.


새로 옮긴 숙소 근처에는 크로스핏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구글로 검색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3개 박스가 검색됐다.



CrossFit 212과 Oculus CrossFIt과 CrossFit Wall Street 이렇게 세 곳이었다. 생각해보니 크로스핏의 본고장 미국도 박스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맨해튼 땅값이 비싸서 그런 건가..-_-a


일단 세 곳도 구글 리뷰를 통해 탐색해보기로 했다. 리뷰 개수 자체는 월스트리트 점이 가장 많았고, 셋 다 평가는 비슷하게 무난했다. 크로스핏 헬스 키친 마냥 트레이너에 대한 악담이 없어서 일단 안심했다. 위치도 숙소에서 셋 다 비슷하게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선택의 기준은? "이름의 멋있음!!!!!" 크로스핏 월스트리트. 진짜 멋있다. 전 세계 금융의 중심, 월스트리트에 있는 크로스핏이라니!! 대뜸 이름에 끌려서 체험해보기로 했다. 


사실 단박에 체험 결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귀국 바로 전 날까지 고민에 고민을 더하다가 '어차피 내일 귀국인거 에라 모르겠다' 라는 절박하고 될 대로 되라지 식의 마음 가짐으로 뉴욕 증권거래소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보러 간 김에 슬쩍 염탐하러 박스 바로 앞까지 갔다. 


특이? 하게 크로스핏 월스트리트는 지하가 아니라 1층에 시설이 있었다. 무거운 중량을 들었다 쾅~하고 내려놔야 하는 크로스핏 특성 상 대부분 지하에 시설이 있는데. '역시 월스트리트는 달라도 뭔가 다르구나' 라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굳은 결심을 하긴 했지만 성큼성큼 입구로 향하진 못했다. 몇 번을 서성이다가 시간에 쫓겨 '으아아아악 모르겠다!!!!' 속으로 외치며 문을 열었고, 카운터에 있던 분이 나를 발견하고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넌 뭐야' 



짧은 영어로 직원에게 말을 건내본다. "나는 한국에서 왔고 크로스핏 drop-in을 하고 싶어. 언제 시간이 될까?"라고 물어봤더니 "음 다음 주 월요일에 가능하네"라고 대답했다. 난 이번 주 금요일에 떠나는데.. 그래서 다시 되물었다. "이번 주 금요일은 언제 시간이 되는데?" "어.. 새벽 5시 밖에 안 남았네"


새벽 5시.. 아무리 현지 크로스핏 체험이 하고 싶다지만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생소한 맨해튼 거리를 해치며 크로스핏에 도착해서 초주검이 된 몸을 이끌고 새벽 6시에 숙소로 돌아오고 싶진 않았다. 아쉽게도 탈락.


그래도 큰 소득이 있었다. 박스에 가서 말을 걸었던 것이다!!! 뭐 이게 그리 대단한 거야?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용기가 필요했는데 "처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라는 명언처럼 이 박스에서 운동을 하진 못했지만 다른 박스에 가서 쉽게 상담 요청을 할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바로 찾아갔다. 다음 행선지는 CrossFIT 212였다. 뉴욕 증권거래소 크리스마스 점등식을 본 뒤 바로 블루노트라는 재즈바에 가야 했는데 마침 가는 길에 들를 수 있었다. 



크로스핏 월스트리트와는 달리 지하에 있었지만 생각보다 입구나 진입로가 깔끔하고 깨끗해서 기대가 더 커졌다. 그런데 내려가는 계단 위에 엄청난 크기의 케틀벨이 문지기처럼 놓여 있는 게 보았다. "나를 한 번 들고 가야 통과할 수 있다네"라고 말을 건내는 것 같았다. 입구부터 쫄게하네..



크로스핏 월스트리트는 1층에 있어서 별다른 긴장감 없이 '에라 모르겠다!!!'라고 박차고 들어갔는데 여기는 박스까지 1층 복도와 지하로 연결된 계단 등이 있어서 길게만 느껴졌고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크로스핏 212에 방문한 시각은 저녁 8시경이었고 사실 이때쯤이면 박스는 한창 운동하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신음과 비명과 기합 소리로 가득 차야만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단을 내려가도 내려가도 운동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고 고요하기만 했다. "아 뭐야, 잘못 온건가 느낌이 좋지 않아" 그래도 여기까지 온 김에 빈 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서 용기 있게 크로스핏 입구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계속)


다음 글에서는 CrossFIT 212 첫인상, 그리고 해외 크로스핏 등록(Drop-In) 방법과 주의점, 실제 근육 굇수들과 와드를 한 얘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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