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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행위의 어려움

모든 브런치 작가에 존경을...

by 박기자

글쓰기가 이리 어려운 지 예전에는 몰랐다. 글을 쓰려 자리에 앉아 타자를 두드리는 행위까지 과정이 어려운 지를 몰랐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듯하다. 사실 이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작가'라는 직함을 부여받고 글을 쓰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은 각자 직업이 있을 것이다. 학생일 수도 있고, 회사를 다닐 수도 아니면 필자처럼 다른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각자 시달리는 격무에 짬을 내 이 공백을 채워나갔다는 사실이 오늘 새삼스럽게 존경스럽다.


개인적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2년이 훌쩍 넘었고, 브런치에 작가 신청해 초청받은 지도 한 달째가 지나가는 중이다.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면 일이 바빴고, 다른 생활에 치였다. 연애는 언제나 위태위태했으며, 챙겨야 할 주변인들은 많았고 결혼과 조사 등 다양한 행사들이 주말마다 펼쳐졌다. 퇴근 후 나는 알코올에 언제나 지배됐었고, 이른 아침의 나는 부족한 잠과 출근 시간에 허덕였다. 몹시 특별한 일들처럼 서술했지만, 다들 이 정도 일상의 바쁨은 가지고 있다. 결국 글을 쓸 시간이 없다, 글을 못 쓰겠다는 건 비겁한 변명일 뿐이고, 위의 것들은 책임 회피 목록의 나열이다.


기어코 벼르고 벼르던 - 심지어 해야 할 일마저 미루고 글을 쓰고 있다는 자랑 아닌 자랑까지 섞어 - 브런치 페이지를 열었다. 다른 난관이 찾아왔다. 소재를 못 잡겠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원래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사회부 기자로서, 탐사취재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팀 기자로서 취재하며 느낀 것을 써보려 했지만 녹록지 않다. 소재의 문제는 모든 글쟁이들의 고민이다. 소재만 좋다면 그에 대한 서술과 묘사만으로 얼마든 훌륭한 글이 되지 않겠는가. 분명 처음 작가 신청할 때 언급했던 취재했던 일들에 대해 쓰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취재를 얼마나 깊이 했는지, 그것이 얼마나 내 안에서 숙성됐는지 자신이 없다. 이에 이 같은 글을 쓰면서 시간을 벌어본다.


사실 시간을 번다는 표현을 썼지만, 글을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에 대해서 쓰라면 혹은 말하라면, 하루 온종일을 바칠 수 있다. 그만큼 나에겐 중요한 소재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욕구에 비례한다. 최근 sns, 뉴스 큐레이션 사이트를 훑어보면 '글을 잘 쓰는 법',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등의 글들이 범람하고, 글쓰기 강의와 책들도 시중에 많이 떠돈다. 물론 필자와 비교도 안 되게 훌륭한 이들이 내는 기사, 강의, 도서에 태클을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접한다고 저절로 글이 잘 써지는 것은 아니다. 잘 써지기를 걱정하기 전에 글이 써지지 조차 않는다.


그 이유는 위의 문단들에서 열심히 언급했던 부분과 크게 다름이 없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다다르기까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금 생활형 작가,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것 이외의 모든 글을 쓰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이 솟구친다. 그들이 글을 쓴다고 보상이 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본인의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어 하나의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그 질이 어쨌든 간에 본인의 시간을 희생해 글을 쓰는 행위를 했다는 부분에는 무조건적인 존경을 표한다. 그 글을 쓰기까지의 힘듦이 오롯이 전해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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