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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지휘자 Jul 10. 2020

기록해두고 싶었다 - 숙소발전소 창업 3주년!

주저리주저리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년 전인

2017년 7월 10일.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사업에 뛰어든 날이다.


로켓같이 성장하고 팽창하던

스타트업에서

소중한 내 연봉을 걷어차고

회사에서 나온지 2개월 만에

'게스트하우스를 돕는 일을 하자'란 생각으로

게스트하우스 위탁운영사인

숙소발전소를 만들었다.


운좋게도 나에겐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서울, 부산, 경주의

큰 규모의 게스트하우스 위탁운영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무리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고

이 산업에 적지 않은 시간을

몸을 담구고 있었다고 해도

사업자를 갓 낸

코딱지만한 초짜 회사에

선뜻 손내민 곳이 있었다는 건

기적에 가까웠다.


잊을 수 없는 세 군데의

게스트하우스가 있었기 때문에

내 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다.


부산과 경주도

여행지로 알려진 곳이라 고민은 되었지만

서울이라는 곳에서 경쟁해보고 싶었다.

내가 숙소운영의 전문가라면

서울에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사업자등록 5일만인 7월 15일,

충무로의 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맡게 되었다.


제임스, 벨, 토마스, 훈, 그리고 존까지.

내가 아직도 어벤져스라고 부를 정도로

능력자들을 모았다.

숙소에 대한 이해도 출중했고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일의 분배가 되어

좋은 추억도 쌓으면서

이 숙소를 월평균 예약률 90%가 유지되도록,

매출이 1000만원이상 상승되도록

6개월이란 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소문은 무서운 법,

어렵지 않게 바로 이어서 홍대입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위탁운영 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 숙소발전소의 실질적인 포지션인

게스트하우스 교육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만들어졌다.


워낙 바닥이었던 숙소를 맡아서일까,

홍대의 게스트하우스도

매출 1,000만원의 상승,

50%이상의 예약률 상승을 만들어냈다.

서울에서 숙소를 예약하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숙소가 되었다.

여기어때에서는 그 해 숙박대상으로

이 조그만한 게스트하우스를 선정해주었다.


뒤이어

나의 가장 중요하고 애착이 가는 숙소인

문래게스트하우스 운영도 장기간 맡게 되고

부산, 종로, 용산 등 여러군데의 숙소들을

진통을 겪어가면서 맡았다.


위탁운영료를 주지 않겠다고 하는

다신 보고 싶지 않은 예의없는 업주도 만나고,

직원인양 우리를 하대하고 업신여기는

업주도 만났다.


지나고보면

나와 우리 구성원들을

묵묵하게 믿고 맡겨준 숙소는

어김없이 수치로 대답했고

성장으로 보답했다.

하지만 원수사이가 될 정도로 틀어진

우리를 못믿어주고 지지해주지 않았던

세 군데의 숙소는

지금 현재 도태되고 바닥을 향하게 되었다.



지금은 숙소의 운영을 위해

숙소에 앉아있는 시간보다

지방을 다니면서 교육을 다니는 횟수가

훨씬 많아졌다.

그만큼 우리 직원들을 믿게 되고

충분히 시도하고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켜보는 습관이 길러졌다.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아직도 데스벨리를 지나고 있는 것 같고

가만히 있어도 돈이 벌리는

아름다운 형태의 회사를 만들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와 찰떡궁합같이

잘 호흡하고 함께 결과를 만들어준

좋은 동료들을 만났고

매 해 주머니에 조금씩 늘어나는 급여만 봐도

내 자신에게 '성공'이라고 말해보고 싶다.


버텼다면 버텼고 생존했다면 어찌저찌 생존해 있다.


나의 동반자이자 공동창업자인

내 여자친구의 공이 나보다 컸다는 걸 나는 안다.

가장 어려운 시절 함께했던

가르쳐준 것보다 내가 배운게 더 많은

제임스와 벨이 없었다면 나는 버틸 수 없었을 것 같다.


멀리서 한국이라는 타지에 와서

땀흘려주고 숙소를 빛내준 사람들도

기록하고 싶었다.

메리, 씨씨, 싸미, 아말리, 릴리, 줄리아, 애니카, 슈,

치히로, 리사, 티나, 그리타,


내가 숙소의 지휘자라면

한 명 한 명의 놀라운 악기와 단원이 되어준

한국인 매니저들도.

토마스, 훈, 카일, 존, 케이드, 에밀리,

준, 존, 소희, 이블린, 도미닉, 엘리, 리아나,

윌리, 혜민, 소영, 제이,

그리고 이제 나 이상으로 숙소 운영의 전문가가 된

댄과 말론에게 늘 고맙다.


창업 3주년에도 사람들 이름을 적어넣는 걸 보니

나는 정말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인가 부다.


내년에 4주년을 기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언제 어떤 기회에 흡수되든 멈추든

2020년 7월 10일의 나는

당당하고 행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쓰일 수 있다는 것의 즐거움과 뿌듯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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