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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빙하우스는 1인 주거의 대안으로 괜찮을까?

코리빙업계 종사자가 생각하는 공유주거

by 공간지휘자

나는 과거에 코리빙브랜드 두 곳에서

2년 반동안 몸을 담았었다.

한 브랜드에서는 운영 총괄을 맡아서

건물 설계부터 착공, 운영까지

한 사이클을 크게 경험하기도 했다.


원룸, 기숙사의 대안주거모델로

한국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코리빙하우스.

에피소드, 맹그로브, 홈즈스테이, 셀립, 로컬스티치 등

이제 브랜드이름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코리빙하우스가 좋은 대안주거공간이라고

사람들을 설득할 때마다

1인 주거의 대안으로 괜찮은 게 맞을까? 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이제 아무런 연관이 없는 자유인(?)으로써

공급자와 수요자의 시점에서 코리빙하우스를

풀어써 보려고 한다.



왜 비싸도 코리빙하우스일까?


코리빙하우스는 대부분 월세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공급자들은 월세를 유도하고 선호한다.

코리빙하우스의 월세는 주변 원룸보다

적게는 20만 원, 많게는 50만 원 이상도 더 비싸다.

계약기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코리빙하우스는

4~5평 남짓한 공간에 최소 월 70만 원, 많게는 120만 원도 넘는다.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꺼억'소리가 나겠지만

알고 보면 원룸에선 상상하지 못할 서비스나 시설들이 따라붙는다.

왜 이런 공유주거에 2030 세대는 열광하게 되는 걸까?


'열심히 일해도 집을 못 산다'

'YOLO의 삶을 살겠다(현재를 즐기겠다)'

'1-2년 정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

'집에 이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


저마다 코리빙하우스에 입주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코리빙하우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사회초년생이나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은 YOLO라는 말이 조용해졌지만

분명 코리빙하우스, 공유주거의 붐은

멋진 현재를 보내기 위한 몸부림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가성비를 따지고 저렴한 월세를 찾는다면

코리빙과 원룸을 고민하다 원룸으로 빠진다.

코리빙하우스는 시네마룸, 피트니스, 라이브러리 등

'그럴싸하고 Flex 할만한' 시설들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가심비가 높은 편이다.


숙박업 교육 때에도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적어도 요즘세대는

'값어치가 있으면 그게 얼마여도 행동한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공유주거, 앞으로도 유행이 이어질까?


'이렇게 비싼데 이게 다 찰까?'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 부분은 자본의 흐름을 보면 될 것 같다.

국내 브랜드뿐만 아니라 해외 공유주거브랜드들도

하나둘씩 한국에 투자를 하고 운영을 시작하고 있다.

자본은 '될만하다' '더 늘어날 것이다'라고 느끼고 있는 게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원룸이나 기숙사 같이

어쩌면 보편적이고 획일화된 2030 세대의 주거공간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도 든다.

동시에 나 홀로 가구나 리모트워커들이 많아지면서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흐름이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기대도 된다.


적어도 향후 5~10년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도심이 형성된 지역에는

코리빙하우스, 공유주거하우스가 더 많이 생겨날 것 같다.

더 많이 생겨난다면 경쟁이 치열해져서

가격은 저렴해져야 하겠지만

땅값이 비싸지고 자재값 등 건축비도 오르기만 하기 때문에

수익성에 대한 부담 때문에 월세가 내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하이엔드를 원하는 수요는

삶의 질이나 소득 수준도 올라가기 때문에

앞으로 더 늘어날 건 확실해 보인다.



원룸과 코리빙하우스의 중간 모델?



내가 올여름 컨설팅하고 있는 곳 중 한 곳은

원룸형으로 지어져 있는데 이것을

작은 코리빙하우스처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주변 원룸들과의 상생을 위한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고

나는 이것도 앞으로의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변형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원룸과 비슷한 금액대에, 코리빙하우스가 가진

부대시설들을 누릴 수 있다면?

아니면 그 부대시설의 이용자를 바깥 원룸들로 넓힐 수 있다면?


원룸이나 고시원도 점점 상향평준화 되어가고 있지만

분명 원룸과 코리빙하우스 사이에도

합리적인 가격과 합리적인 시설과 서비스를 보유한

브랜드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코리빙하우스의 입주자 대비

부대시설의 활용도는 편차가 있다.

세탁실이나 주방 등 꼭 써야 하는 시설을 제외하고는

붐비거나 사용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원룸 19개실로 빼는 기존 원룸 형태에서

부대시설을 외부에서 유료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하나의 가능성이고 조그마한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앞으로는 코리빙하우스에 대해서도

천천히 글로 생각을 담아내봐야겠다.

공유주거산업을 떠나긴 했지만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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