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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 LA TENGO Nov 06. 2020

엄마의 회사생활

아침부터 마음이 뭉글뭉글하다

눈가가 촉촉해지지만 아이라인이 번질 것 같아 꼭 참는다.


큰 아이가 요즘 내게 하는 말들에 순간 움찔움찔한다.


한국 나이로 4세, 만 39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엄마랑 아빠 회사 가는 게 싫어."


"엄마도 아빠도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가는 거야. J엄마 아빠도, H네 엄마 아빠도, I네 엄마 아빠도 모두 모두 회사가잖아. 그래서 EJ두 어린이집 가고 그러는 거야. 모두 모두 해야 할 일이 있어"

라고 하니..


"EJ는 엄마 아빠가 회사 가면 외롭고 슬퍼. 어린이 집도 재미가 없고 이모랑 할머니랑 HJ(동생)이랑 노는 것도 재미가 없어.

엄. 마. 랑 만 놀고 싶어!"


하... 꼴랑 4세가.. 외롭고 슬프다고 표현하니..

마음이 저릿저릿다.

(근데 그 감정은 어디서 배운 거니?! 벌써!!)


오히려 큰 아이 9개월 복직 때는 더 쉬웠다.

애착이 잘 형성되었던 건지.. 뭘 몰라서였는지..

그런데 둘째 육아휴직을 약 1년간 보내고

둘째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더 많이 첫째와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시간들 때문에 엄마와의 시간이 더 좋게 기억되서인지..

아무렇지 않은 척 한동안 엄마를 보내주더니

어느 날 갑자기 저런 얘기를 하고

급기야 엊그제는 새벽에 눈떠 현관에서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엄마가 왜 회사에 가는지,

아무리 설명해주려고 해도 이해하기 힘들고

엄마가 무조건 옆에 있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겠지..ㅜㅜ...

그렇지만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어...

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다.


전업맘이셨던 우리 엄마 딸로 컸던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일 수도 있겠다.


지금의 회사가 나의 성향과

중장기적 커리어로 볼 땐.. 나에게 맞는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엄마가 다니기에는 이 회사만큼 좋은 회사와 조건을 찾지를 못했다.

이래저래 면접을 보고 있지만..

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내 커리어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고

여기에서의 돌파구..(만족감 있게 일하기 위해 업무 목표와 성과를 임원진들과 네고하여 개척해가는 거....?)를 찾아야 하는 건지.. 싶다.

내 커리어라는 함수에 내 경험, 역량 외에

아이와 아이의 감정이라는 변수가 들어온 순간이다.



출근을 하고 CCTV로 아이의 등원 준비를 지켜보며

잠에서 깬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루틴이 있다.

큰 아이의 표현에 의함.. 엄마 텔레비전..

"엄마 회사에서 뭐해요? 왜 갔어요? 오늘은 안 간다고 했는데..."


그래.. 엄마는 여기에 왜 와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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