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민수 Apr 11. 2016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준비

어쩌면 여행은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동네의 풍경이, 거리의 모습이 예쁘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실제로 예쁘게 보인 것은 꽤나 오랜만의 일이었다. 동네의 모습은, 나에게 관념상으로는 언제나 아름다움으로 남아있었지만, 그 아름다움을 실제로 느낀지는 한참이 지났던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늘은 한동안 느낄 수 없었던 그 아름다움이 눈 안으로, 마음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어쩌면 일상의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던 그 순간은 여행 준비의 마지막 단계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갑작스러운 아름다움에 놀라지 않게, 숨겨진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게 마음의 준비를, 마음이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일상의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던 그동안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마음으로는 무엇이 아름다운지 알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보면서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는 지금의 나는, 여행을 떠나려는 지금의 나는 아마도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다. 어쩌면 여행은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되찾기 위해 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괜히 달라 보였던 버스 정류장


매거진의 이전글 아는 사람이 사는 곳으로의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