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 노동조합
11월 18일 수요일. 하이텍알씨디코리아 분회의 노조원들께서 투쟁상황을 알리고 싶다고 오셔서 말씀을 들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는 구로공단에 있는 유일한 전노협 사업장이다. 88년, 소위 '여공' 으로 구로공단의 공장에 입사한 노동자들이 87년 투쟁에 이어 노조를 만들고 28년 동안 싸우고 또 싸우며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노조원은 일곱 명이다. 모두 여성이다. 모두 구로공단에서 일해 온 사람들이다. 원래는 열세 명이었는데, 오래 투쟁하다보니 정년퇴직과 자연퇴사 등으로 사람이 줄었다. 구로공단의 총 노동자 수는 약 20만명이다. 아파트형 공장 하나에 삼천 명 정도의 노동자가 있다. 다시 쓴다. 그중에 일곱 명이 이십팔 년 째 노조를 하고 있다. 부당해고, 공격적 직장폐쇄, 용역깡패 동원, 감시 CCTV설치, 노조 간부들(전체 노조원이 열세 명이었다)에 대한 수억 원 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설 휴가 전날 퇴근시각 일방적 해고통지, 조합원 전원의 정신과 진단 등, 노조탄압 종합세트라 할 만 했다.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는 법원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받았다. 1심에서 대법원까지 전부 노조원들이 승소했다. 형사에서는 대표이사가 노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 국가인권위가 사기업에 최초로 차별시정권고를 한 사안이 바로 이 하이텍 노조 사건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측은 여전히 노조와 제대로 교섭하지 않고 있고 노동자들의 삶은 노동법에서 아직도 아득히 멀다. 사측은 내년 임금 협상에서 월급 1.5만원 인상을 주장하는데, 그러면 내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즉 노동법 위반인 임금이다. 이곳은 지금 최저임금 사업장이다. 일곱 명 노조원들은 천막을 쳤다. 대를 이어 회사를 물려받은 사측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생존권? 생존권은 무슨. 임금 따박따박 받아가면서 무슨 생존권이야?"
이런저런 배지를 단 노조 조끼를 입고 온 분이 스테이플러로 한쪽을 찍은 흑백 자료집을 나눠주고 말했다. 11월 27일에 연대주점을 엽니다. 후원주점을 하니까 직접 가서 말하겠다고 하면 티켓만 보내주어도 되는데 뭘 굳이 오려고 하느냐, 후원주점은 사실 티켓만 사고 안 가는 게 도와주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와서 공장 현장도 보시고, 이야기도 들어 주세요.
변호사 열 몇 명 모인 자리가 뭐라고, 한 번이라도, 한 명이라도 대면하고 사람들한테 상황을 알리고자 비 오는 날 포스터와 자료집이 든 쇼핑백을 들고 여기저기 다닌다. 우리 회의가 끝날 시간을 기다린다.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십 년의 투쟁을 이야기한다. 일곱 명. 작은 사업장. 작은 노조. 이런 사업장이 전국에는 얼마나 많은지. 당장 하이텍 노조가 주점을 연다는 27일에는 케이블 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벌금(총 4억이라고 한다)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를 한다. 오랫동안 국제연대 활동을 해 온 국제민주연대도 연대나이트라는 행사를 한다. 모르고 싶지만 안다. 아니, 다시 생각하니 잘 모르는 것 같다. 언제나 누군가는 싸우고 있고, 나는 대체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서초역으로 걸어가며 그 용기의 크기와 시간의 길이를 생각했다. 자꾸 목이 메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후원주점
일시: 2015년 11월 27일 금요일 오후 3시~밤 11시
장소: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구로공장(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550-9번지)
후원계좌: IBK기업은행 010-2868-3793 장영수
케이블통신 벌금마련 후원금 모금 및 후원의 밤 행사
일시: 2015년 11월 27일 금요일 오후 5시~
장소: 서울 남영역 인근 슘(ZUM)
후원계좌: 국민은행 778801 04 380226 희망연대노조
문의: 신희철 010 8728 7418 양은정 010 4927 8121
국제민주연대 15주년 맞이 연대나이트
일시: 2015년 11월 27일 금요일 오후 7시~
장소: 신촌 인디톡(2호선 신촌역 1번출구 30M)
준비: 입장료 현금 1만원(국제민주연대가 준비한 뷔페 이용),
1만원 이하의 소소한 선물(참가자들끼리 서로 선물을 교환해요)
문의: 02)736-5808(전화), 070)8812-5809(문자)
khis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