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걸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음식 콘텐츠 큐레이션 [1]
2년 전에 독립하여 작은 주방을 독점 지배할 수 있게 되면서, 음식을 만들어먹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요리하니 입맛에 딱 맞아 좋기도 했지만, 그보다 전반적으로 컨트롤이 불가능한 이 인생에서 요리는 제가 그나마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썰면 써는대로, 볶으면 볶는대로 어떤 결과물이 탄생할 지 대충 가늠이 가능한 영역. 이 예측 가능함이 주는 기쁨이 꽤 크더라고요. (물론 가끔 예상치 못한 비주얼이 탄생하기도 하지만...)
또, 제가 저를 위해 무언갈 만들면서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그 느낌이 무척 좋습니다. 걱정과 고민으로 몸과 마음을 혹사시킨 그 주의 주말엔 꼭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서 스스로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대접합니다.
이렇게 혼자 살더라도 밥은 잘 챙겨먹고 싶고, 혼밥을 위해 요리하는 걸 일종의 의식같이 행하는 제게 즐거움을 주었던 콘텐츠 몇 개를 소개할께요.
호쿠사이와 밥만 있으면 (드라마 / 총 8화)
추천의 말 : 주인공은 지각 일보 직전의 위기에도 크림 야채 스프를 만들어 든든한 아침 식사를 챙겨먹는 캐릭터예요. 아침을 대충 차려먹으면 왜인지 그날을 대충 보내게 된다는 말에 참 공감했어요. 주인공이 요리하는 과정이나 음식의 맛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게 흡사 이영자같기도 하고요. 다만 낯가리는 콘셉트로 인해 인형(=호쿠사이)과 대화를 한다든지, 집에 낯선 남자를 의심없이 들여서 요리를 대접해준다든지, 남자를 잃지 못하는 친구의 등장이라든지 좀 답답하고 항마력 딸리는 장면들이 등장하니 감수하셔야 해요!
등장하는 음식 : 토마토 절임, 크림 야채 스프, 미트볼 스파게티, 소힘줄 카레라이스, 호박 크림 도리아, 닭고기 덮밥, 된장 조림 우동, 어묵탕, 미니 양배추 롤, 날개달린 군만두
사치의 절밥 (드라마 / 총 10화)
추천의 말 : 식사는 그저 '끼니를 떼운다'는 의미에 가깝게 취급하던 주인공이 우연히 집 근처 절의 사찰 음식을 접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상처를 극복해나가요. 잘생긴 스님이 요리하는 걸 보니 눈이 즐겁고, 요리 과정이 차분하고 느릿하니 마음이 평온합니다. 사찰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게 재료의 본질을 잘 살려 낭비없이 요리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상처도 잘 받고 걱정도 많은 주인공에게, 스님이 진심을 담아 만든 음식과 함께 내어주는 다정한 말을 듣고 있으면 저도 위로받는 느낌이에요.
등장하는 음식 : 가지 리큐 된장국, 옥수수 요리(옥수수 영양밥, 톳과 옥수수를 절인 나물, 옥수수 무침), 감자 요리(오후 감자, 피망 감자 튀김, 감자 샐러드), 절 간식(양갱, 수박 프라페), 바냐 카우, 시금치 키슈, 카프레제, 치킨 훈제 구이, 유부 말이, 두유 전골, 흑당 두유, 투명한 토마토 주스, 천둥 두부, (팥, 콩가루, 무즙을 넣은) 떡, 초밥 튀김, 소바 스낵
하나씨의 간단요리 (드라마 / 총 10화)
추천의 말 :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타지로 출장을 가서 당분간 집에 혼자 남게 된 주인공은 하루하루 간단한 한 끼를 만들어 먹습니다. 최대한 집에 기본적으로 있는 재료나 혹은 편의점 음식을 활용해 간단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요.(그런데 막상 해먹으려고 보면 그런 간단한 재료조차 집에 없을 때가 많은 거 알죠...오븐도 아없고...) 먹을 때 다소 오바스러운 주인공의 리액션이 부담스러워서 멈출 수도 있어요.
등장하는 음식 : 연어 플레이크 토스트, 피자 토스트, 명란 두부 덮밥, 밤, 레토르트 크림 스튜, 3일된 카레, 군만두(오리지널, 치즈&바나나, 새우깡), 차에 말은 삼각김밥, 선술집 튀김(새우, 닭, 생선살), 레바파테, 포토푀, 스테이크 덮밥, 블루치즈와플, 야채볶음라면, 닭고기 계란 덮밥, 켄친지루, 돈까스 덮밥, 카레 치즈 계란말이, 닭봉 로스트 치킨, 유도후, 크리스마스 도시락
논짱 도시락
추천의 말 : 매일 아침 정성들여 도시락을 싸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판타지가 내 마음 속에 스멀스멀 피어나게 해줍니다.
등장하는 음식 : 김 도시락(시금치 참깨 무침 무말랭이와 멸치 비빔밥), 다진 당근, 멸치, 달걀, 톳 도시락, 이탈리아 국기 도시락(완두 시금치 유부 비빔밥), 톳 유부 비빔밥, 연근 표고버섯 조림, 오징어와 토마토 버터 볶음 도시락
리틀 포레스트 (영화 <여름가을> 편 / <겨울봄> 편)
추천의 말 : 제가 정기적으로 다시 돌려보는, 제일 좋아하는 영화에요. 한국에 들여올 때 '일본판 삼시세끼' 라는 홍보 문구가 붙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주 적절하게 이 영화를 설명해줍니다. 시골 마을에 사는 주인공이 직접 기른 작물들로 직접 요리해 먹는데, 요리 솜씨가 아주 좋아요. 특히 계절마다 나는 것들로 제철 요리를 해먹는 게 흥미로워요. 정말 농사 짓기-수확하기-만들어먹기의 연속이기 때문에 혹자는 지루하다고 하더라구요. (전 전혀 지루하지 않았지만!) 저는 리틀 포레스트 뽕에 한창 취해 있을 때 자취를 시작했는데, 그 때는 매일 퇴근하면서 마트에 들러 재료를 사서 집에 오자마자 저녁을 지어 먹곤 했어요.
등장하는 음식 : 바게트, 식혜, 수유 잼, 우스타 소스, 누텔라, 멍울풀 토로로, 곤들메기 구이와 된장국, 홀 토마토, 으름으로 만든 인도풍 요리, 으름 튀김, 호두밥, 밤조림, 오리고기, 말린 고구마, 크림 스튜, 시금치 소테, 푸성귀 볶음, 된장국, 흑미와 호박으로 만든 케이크, 낫토 떡, 얼린 무, 말린 감, 꿀을 넣은 달걀말이와 된장을 발라 구운 주먹밥 도시락, 팥을 넣은 요리, 수제비, 난과 카레, 야채(방풍나물, 두릅, 오갈피, 청나래 고사리) 튀김, 머위 된장, 쇠뜨기 조림, 배추 꽃봉오리를 넣은 달래 송어 파스타, 양배추 튀김, 양배추 케이크, 물냉이를 넣은 감자 샐러드, 감자빵
심야식당 (드라마 시즌 1, 2, 3 / 영화 1, 2)
추천의 말 : 많은 사람들이 잘 아는, 음식 콘텐츠 분야에서 너무나 클래식이라 제외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가장 베이직한 작품이라 가져와 봤습니다. 야심한 시각에만 문을 여는 심야 식당의 주인이 만들어주는 요리와 함께 그 심야식당에 모인 손님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풀어내요. 식당 요리인데도 집에서 쉽게 따라 만들어먹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이번 테마에 넣을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 일식당 창업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콘텐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등장하는 음식 : 문어 소시지와 달걀말이, 오차즈케, 감자 샐러드, 버터 밥, 돈까스 덮밥,으깬 삶은 달걀과 마요네즈를 넣은 샌드위치, 야끼소바, 생선구이, 비엔나 볶음, 고양이밥, 인스턴트 라면, 대게구이, 닭튀김과 하이볼, 바지락술찜, 가자미 조림과 니코고리, 통조림으로 만든 요리, 크림 스튜, 백김치, 냉중화면, 고기 감자 조림, 군만두, 다진 고기 커틀릿, 토마토 베이컨 말이, 토란 오징어 조림, 붉은 생강 튀김, 당면 샐러드, 양배추 롤, 바지락 된장국, 우엉 볶음, 간 부추 볶음, 해넘이국수
그 외 영화 식객도 후보에 있었는데요, 이유는 식객 2에 나오는 시골 밥상 차리는 장면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다시 되새김질해보니, 화려한 한식이 대부분이라 최종적으로 제외했습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혼밥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