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광고를 난생처음으로 한번 해봤습니다
바디용품을 직접 생산해 쇼핑몰을 운영하는 지인의 권유로 영상 광고를 제작하고 페이스북 채널에서 예산까지 직접 집행하게 되었다. 워낙 다양한 업체들의 제품이 난립해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고, 모바일 앱 광고에만 익숙해져 있다 보니 시작부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만족할만한 성과는 얻지 못했다. 업무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제품 파악하기
USP 찾기
광고 촬영&편집
GA세팅
예산집행
CTR 개선
CR 개선
수익성 판단
이번 일감에서 가장 Challenging 했던 부분은 방문자가 몇 되지 않는 고립무원의 웹사이트를 인위적으로 사람들에게 노출시키고 즉시 구매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서 ROAS를 맞추면서 광고를 해서 쇼핑몰의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SNS 광고를 통해 성공을 거둔 회사들의 광고 전략에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수익성을 위해 광고, 제품, 운영의 삼박자를 모두 맞추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에 관심을 돌리게 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앱스 플라이어 같은 앱 트레킹 툴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예전에는 구글 애널리틱스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웹사이트 안에서의 유저 행동과, 웹사이트의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굉장히 유용하다는 점을 새삼, 아주 늦게 알게 되었다.
광고를 제작하려고 하니 내가 판매하고 싶은 바디용품의 강점을 먼저 파악해야 했다. 일단은 매출을 올리는 게 우선적인 목표였고, 브랜딩에 관한 지식도 없어서 기능 위주로 접근했다. 바디용품의 종류가 워낙 많고 사용자들이 인지할 수 있는 특성들도 제한적이어서 사실 이 부분이 너무 어려웠다. 주로 SNS상의 키워드들과 뷰티 유튜버들의 영상을 참고해서 제품을 구분할 수 있는 축을 세우고, 거기에 광고하려는 제품을 포지셔닝해봤다.
Unique Selling Point로 순하면서 가려움을 방지해준다는 특징을 부각했다. 하지만 결코 Unique 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서 사용자들에게 Benefit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나 명성을 갖고 있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이 접근 말고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광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클릭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소재를 2가지 중 하나는 제품을 부각하기보다는 스토리에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소재로 제작을 했다. 나머지 하나는 제품의 장점을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춰서 풀편함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을 인지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재의 CTR성과가 월등하게 높았지만 CR에서는 반대 경향이 나타났다.
데이터 분석을 위해 GA의 다양한 부분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번에 예산을 집행하면서 GA의 전자상거래 기능과 목표 흐름 역추적 기능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한 것 같다.
작은 규모의 쇼핑몰이었기 때문에 손실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정말 보수적인 예산 집행을 했다. 기존에는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학습능력을 믿고 많은 부분을 자동으로 설정했는데, 이번에는 광고가 노출되는 시간 단위 하나하나까지 수동으로 설정하고 타깃 간 중복을 최대한 방지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A/B테스트는 최소한의 신뢰도만 보장하면 바로 종료하기로 했다.
정말 놀랍게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도록 고안된 광고 소재의 CTR이 다른 소재에 비해 2배나 높은 CTR을 보였다. 특정 타깃 군에서만이 아니라 타기팅했던 3개의 사용자 그룹에서 모두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해당 소재는 광고가 아니라 마치 몰래카메라를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광고였는데, 유입 단가를 낮추는데 기여를 많이 했다.
CR에서는 CTR과 반대 경향이 나타났다. 제품의 장점을 부각해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의 인지를 얻은 광고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데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 이를 근거로 제품의 장점을 더욱 명확하게 부각할 수 있는 이미지 소재 3종을 추가로 제작하였는데, 여기서 신기했던 점은 키치 한 문구와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적인 감성을 테마로 한 소재보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한 소재가 CTR과 CR에서 모두 훌륭한 결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두 결과로 판단하건대, 아무래도 몸에 닿는 제품이다 보니 고급스러움이 고객들에게 더 잘 어필한 것 같다는 판단이다.
광고 예산이 단기적 수익으로 바로 이어지도록 하기에는 ROAS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매출로 따졌을 때 14일 ROAS 45%, 순이익으로 따졌을 때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었다. 물론 재구매와 입소문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순 없지만, 작은 업체에게는 현재의 현금 흐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SNS 광고는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광고, 제품, 쇼핑몰 운영의 3박자만 잘 맞아떨어진다면 아직까지 비디오 커머스도 해볼 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대안들을 떠올리다 보니 작은 업체가 리스크를 줄이면서 성장하는 데는 수익셰어 기반의 인플루언서 채널이 지금은 더 효과적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