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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중년의 사이에 있는 내 피부

관리하는 건 어렵구나

by 리나

저는 만으로 36살입니다. 청년 법령상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이라고 정해져 있으니 저는 청년이 아니지요. 사실 제가 청년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어느 날 저에게 카톡이 하나 오더라고요. 청년혜택이 끝났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혜택이 무엇인지 보단 청년이 끝났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상태로 일 년이 지났네요. 이제는 청년이 아니라는 사실은 받아들였지만 중년이라는 게 신기합니다.

중년의 개념은 시대마다 달라졌다고 해요. 예전에는 35살부턴 중년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적어도 30대 후반부터 중년이라고 본다니 저는 아직 중년은 아닌 걸까요?


제가 나이를 받아들이든 말든 노화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니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피부가 안 좋다는 이야기였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고민하지 않았는데 주위에서 다들 걱정해 주니 피부과를 찾아갔습니다. 상담결과 아주 심각하더군요. 기미도 많고 건조도 심하고 여드름과 사마귀, 비립종도 있었어요. 이렇게 말하니 좀 징그럽네요. 상담해 주시던 분이 관리가 전혀 안되어있는 거 같다해서 반성했습니다.


얼굴에 있는 점과 사마귀 등등을 다다다다 빼고 집으로 돌아온 날 아이들의 표정이 우스웠습니다. 엄마니까 놀래지는 못하겠고 계속 보고 있자니 이상해서 빨리 원래의 엄마를 찾고 싶은 표정이었습니다. 까만색 딱지로 가득한 얼굴이 사라지자 이번에는 여드름이 쫙 퍼졌습니다. 이렇게 얼굴이 뒤집어 진건 처음이라 또 피부과에 찾아갔습니다. 알레르기 같다는 말씀과 함께 약을 지어주셨어요. 중학생 때도 먹어보지 않았던 여드름 약을 먹으면서 피부가 엄청 예민해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유튜브를 보며 제 피부에 맞는 관리 방법을 이것저것 해 보고 있습니다. 그것 덕분인지 제 피부가 한국의 겨울에 적응한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예전보단 많이 좋아졌어요. 제가 건강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것과 피부를 관리하는 건 또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노화는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요즘 유행하는 저속노화라는 단어처럼 피부도 조금 천천히 나이 들어가도록 관리해 보려고합니다.


이렇게 이것저것 찾아보고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 아이들이 피부 때문에 고생하지 않게 도와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사실 이거 때문에 재밌어요. 제 피부는 원래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기가 어려웠어요. 재밌게 피부 관련 영상을 보는 것도 하루이틀이고 곧 흥미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아이들이 저처럼 고생할 걸 생각하니까 눈이 번쩍 하며 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피부는 타고난 게 90%라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요?

어쨌든 뭐든지 공부하고 아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한테 소용이 없어도 아이들한텐 좋을 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아이들 사춘기때 피부관리 해주면 저한테 고마워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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