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딸들은 출가할 나이가 되자 각자 취향대로 남편을 선택할 수 있었다. 딸들은 각자 아버지 재산의 반을 지참금으로 가져가게 되어 있었다. 미모 덕분에 레스토 백작의 구혼을 받은 아나스타지는 귀족적인 성향을 지녀, 아버지의 집을 떠나 상류 사회로 성큼 도약할 수 있었다. 델핀은 돈을 좋아했다. 그녀는, 독일 출신으로 신성 로마 제국의 남작이 된 은행가 뉘싱겐 씨와 결혼했다.
아나스타지, 난 모든 걸 침묵 속에 묻어 버렸어. 우리는 계속 같이 살 거요. 우린 자식들도 있으니까. 난 트라유 씨를 죽이지 않을 거요. 죽이려다 실패할 수도 있을 테니. 다른 방법으로 그를 없애려면 인간 사회의 정의와 정면충돌하게 될 테고. 당신 품 속에 안긴 채로 그놈을 죽인다면 그건 자식들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 될 거요. 하지만 당신이 낳은 아이들, 그 애들의 아버지, 나, 이 중 누구도 파멸하는 꼴을 보지 않도록 내가 당신에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겠소. 대답하시오. 당신이 낳은 자식 중에 내 아이가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