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네가 수중에 돈을 지니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확실히 알기만 해도 내 모든 병이 나아지고 슬픔이 진정된단다. 돈이란 바로 삶이야.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지.
그래, 네 아버지 여기 있다! 아, 나는 진짜 아버지야. 이 웃기는 대단한 신사 놈들, 내 딸들을 함부로 다루지 말란 말이야! 제길, 나도 내 핏줄에 뭐가 흐르는지 모르겠군. 호랑이의 피가 흐르는 모양이야. 그 두 녀석을 잡아먹고 싶은 걸 보면 말이지. 오, 내 새끼들아! 대체 이게 너희 인생이란 말이냐? 아니 그건 내 죽음이지. 내가 이승에 없으면 너희는 어떻게 되겠니? 아버지란 자식이 수명 다할 때까지 살아야 하는가 보다. 맙소사, 하느님이 만든 세상은 왜 이리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건지! 사람들 말로는 하느님에게도 아들이 하나 있다는데, 우리가 자식들 때문에 속상하지 않게 해 주셔야지요.
고리오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양손을 뻗더니 침대 양쪽에 있는 두 대학생의 머리에 손을 대고 둘의 머리카락을 세차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내 천사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말과 동시에 허공으로 날아간 영혼 때문에 더욱 강조된 두 단어. 두 번의 중얼거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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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버지의 마지막 탄식은 틀림없이 기쁨의 탄식이었을 것이다. 이 탄식은 그의 일생을 표현한 것이었는데, 그는 이번에도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