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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지 Mar 23. 2024

이게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구랴

느린 아들을 키우는 부부의 마음

새로운 환경에 아들을 노출시켜야 할 때마다 긴장도가 높아진다. 아들의 다름을 미리 말할지, 지켜보다 정도를 보고 밝힐지, 뭐라고 설명할지. 때에 따라 그냥 귀여운 정도로 넘어갈 상황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차이가 눈에 띄는 상황도 있다. 오늘이 그랬다. 나는 장문의 글로 구구절절한 사연을 보내며 보이지 않는 핸드폰 너머로 연신 허리를 굽혔다.

아들이 사랑받아온 환경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다시금 느끼니 좀 서러웠다. 이게 앞으로 계속 마주할 세상이겠지. 먹먹한 가슴 놓고 다른 일에 집중하며 있자니 남편이 애들 자전거 태우러 나가잔다. 겨우내 앉아있던 먼지도 닦아내고, 아들 큰 자전거 태우는 연습도 시키고. 아이들을 씻기고 때를 밀어주고, 중간중간 말도 안 되는 고집으로 울고 떼쓰는 아들을 보며 욱하는 나를 조용히 막아서고 묵묵히 아이를 말없이 진정시키는 남편을 보자니 마음이 복잡 미묘하다.

이게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구랴.
같이 있어줘서 고맙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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