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나리 Nov 28. 2015

2_팀을 꾸리다!

  나와 나탈리와 흰 수민(하하)

인터뷰를 위해 최소한의 정예 멤버로 팀을 꾸리기로 했다. 전시를 준비할 때와 비슷한 과정이었다. 필요한 역할을 정한 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에게 바로 연락을 취했다. 아직 콘셉트마저도 들쑥날쑥한 상태였지만 당장의 흥분을 실행에 옮겨야만 했다.  


멤버 1_수민_보조 인터뷰어

먼저 대학 동기 수민이 떠올랐다. 정 반대의 성격 탓에 막상 학교를 다닐 때는 별로 가깝지 않던 사이였다. 하지만 마지막 학기, 몇 개의 수업을 같이 들으며 죽이 참 잘 맞는 서로를 알아보곤 그 이후 늘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각자의 길로 흩어질 때도 음악, 영화 등 온갖 페스티벌을 함께 섭렵하며 시간을 보냈을 정도였다. 그리고 내가 베를린 행을 택한 후 정확히 6개월 뒤, 수민이 함부르크 게임회사의 인턴 합격 소식을 전해왔다. "독일까지 따라오다니, 날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질 정도로 참 징한 인연이다 싶었다. 


그렇게 같은 독일 땅에 지내면서 자매처럼 시시콜콜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해왔으니 제일 먼저 그녀에게 이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건 당연지사였다. 또 이미 수민은 매 주말 우리 집을 방문하며 베를린과 베를린 사람들의 매력을 조금은 맛 본 상태였다. "베를린 사람들 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같이 진행할 보조 인터뷰어가 필요해. 나랑 같이 할래?" 무엇보다 새사람 만나 수다 떠는 데에 있어서는 수민이 나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섭외 요인에 한몫했다. 서로의 플러스 마이너스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 내 물음에 수민은 주저 없이 "재밌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엄연히 직장이 있는 수민. 당장의 인턴 일이 발목을 잡았다...

시커먼 나와 하얀 수민@베를린 장벽 앞 공원에서


멤버 2_나탈리 제날로바_포토그래퍼

베를린에 도착해 2주가 지났을 무렵부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분주히 갤러리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뿌리고 다녔다. 하지만 독어 한 마디 못 하는 나에게 흔한 무급 인턴의 기회마저도 쉽사리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미국계 갤러리에서 인터뷰를 보게 되었고, 당장  다음날부터 근무할 기회가 주어졌다. 어리버리하게 첫 주 업무를 시작하던 때, 전시 인력 보강을 위해 또 다른 사람이 인터뷰를 보러 왔다. 그게 바로 나탈리였다.  온몸을  검은색으로 치장한 날씬한 몸매에 매우 특이한 발성과 발음을 지닌 체코 출신의 소녀였다. 비슷한 시기에 일을 시작하게 된 덕에 서로에게 늘 든든한 동료가 되어 주었고, 일이 끝난 후 에도 벼룩시장에 함께 참여하거나 클럽에 가서 영화를 보면서 급속도로 친해져 버렸다. 

나탈리와 그녀의 카메라

그녀가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는 건 꽤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되었다. 언젠가 그녀의 집에 친구들과 몰려 갔을 때였다. 대뜸 카메라를 꺼내 들더니 우리의 얼굴을 차례로 담기 시작했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특별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뭔가 있어 보이는 그런 사진이었다. 당시 우리의 취기 오른 기분과 공간의 화사한 분위기를 매우 적절하게 담아내고 있달까. 때문에 갤러리를  그만둔 이후에도 내가 무슨 이벤트나 전시 일을 벌일 때마다 항상 나탈리에게 사진을 부탁하게 되었다. 이 인터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에도, 사진은 당연히 나탈리였다. 


시작이 반이다_

우리는 그렇게 책을 쓰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우선 나는 수민과 함께 살면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마침 독일/멕시코 혼혈인 친구 레베카가 멕시코에 두 달 동안 떠나 있는다며 나에게 그녀의 공간을 선뜻 빌려 주었다.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집에다가 개인 방 2개에 커다란 부엌과 아늑한 거실까지, 이보다 더 완벽한 곳은 없을듯 싶었다. 내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챘는지 기간도 딱 이었다.  


문제의 수민은, 결국 회사에 프리랜서 선언 후 베를린으로 이사를 오기로 했다. 우여곡절의 사연이 있었고, 딱 두 달만 해보자는 나의 설득에 어렵사리 결정한 일이었다. 어쨌든 내가 레베카의 집에 이사를 가던 날, 수민 또한 커다란 트렁크에 요가매트까지 짊어지고선 베를린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서 내려 저 멀리 저벅저벅 걸어오는 수민이 보였을 때는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이렇게 우리는 딱히 믿는 구석도 없으면서, 생업은 잠시 미뤄둔 채 몇 달간을 온전히 이 프로젝트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단지 재밌을 것 같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베를리너를 만나기 위해. 나와 나탈리와 흰 수민, 요란한 조합의 팀이 탄생한 것이다. 

수민과 나탈리, 사이에 낀 선미. 그리고 선미의 플랫메이트 류보. 인터뷰기념 파티에서. @WhereIsJesus, Berlin. 20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