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만나고 왔다. 기차에서 내리니 비가 온다. 우산도 없다. 그동안 못보고 있던 82년생 김지영을 보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아프다. 영화관은 그 어느때 보다 조용하다. 내가, 옆좌석에 앉은 여성이 간간히 눈물을 훌쩍거린다. 지영이의 만년필이 인상적이다. 82년생 김지영은 나보다 어린데 그동안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나는 그동안 한 것이 별로 없는거 같은데. 나는 쓰고 말할 수 있다. 뭔가 조금씩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게 재능이 조금만 더 있으면. 바깥은 어느 사이 날씨가 개였다. 마음은 아픈데 허기가 진다. 봐 두었던 착한 콩나물 국밥집에 갔다. 김치 콩나물 국밥은 매콤하고 시원하다. 국밥을 먹고 김치전을 들고 또박또박 집으로 간다. 새로운 뭔가를 작당하기에 딱 적당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