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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Jul 30. 2017

실리콘 밸리 주니어 개발자 취업기 (1)

1. 취업을 결심하기 전에 체크해야 할 것들

미국 스타트업에서 풀타임 개발자로 일하게 된 지 5달이 지났다. 그동안 친구나 학교 선배, 교수님들, 그리고 해외 취업 페이스북 그룹에서 현장에 계신 많은 선배분들의 도움이 있어 취업이 가능했기에 앞으로 해외 취업을 목표로 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그 감사함을 되돌려 드리기 위해 해외 취업, 특히 미국 실리콘 밸리 구직에 관한 글을 쓰기로 했다. 다만 '내 경험은 이랬다'라는 일기 형식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는 정보 위주로 쓰려고 한다. 사실상 취업기보다 취업 방법론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주위에 충분히 실력은 되면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분들이 많고 나도 작년에 취업할 때 한국에서 처음 넘어오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터라 온갖 고생을 했기에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또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서로 끌어주고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활발한 데에 반해 우리는 아무래도 숫자가 적으니까 나라도 기여를 좀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내가 개발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주니어 개발자이기 때문에 이미 경력을 많이 쌓으신 시니어분들 보다는 나와 비슷한 경력이거나 아직 학생이면서 미국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계시는 컴퓨터 전공과 관련이 된 분들을 예상 독자로 생각하고 글을 쓰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정보가 내 주관적인 경험에서 나오므로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이 글이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몇몇 부분은 정보를 얻는 차원에서 참고용으로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내용을 한 포스팅에 쓸 수는 없기에 본 글을 포함하여 다음과 같이 대략적인 순서를 정하여 쓸 예정이다.




1. 해외 취업을 결심하기 전에 체크해야 할 것들 (현재 글)
2. 자신에게 맞는 가능한 취업 경로 파악하기
3. 인터뷰 준비(상) - 지원 시기 정하기, 이력서 작성하기
4. 인터뷰 준비(중) - 데이터 구조 / 알고리즘 리뷰
5. 인터뷰 준비(하) - 실제 인터뷰 준비하기
6. 오퍼를 받았다면? 연봉 협상, 비교 하기
7. 베이 지역 정착 준비
8. 기타 정보들(계속 업데이트 예정)




해외 취업을 결심하기 전에 체크해야 할 것들


국내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외 취업을 생각할 때가 있다. 대표적인 이유로는 야근이나 상명하복식 문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그럴 수도 있고 현재 일의 강도가 너무 강해 좀 더 이상적인 Work-Life Balance를 추구하고 싶을 수도 있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페이가 적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아니면 아무래도 좋은 기업과 학교, 그리고 수준 높은 학회가 해외에 많기 때문에 좀 더 좋은 기술을 접하고 싶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해외를 나가기 전 한번 정도는 그 이유가 무엇인 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해외 취업을 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수히 많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 문화권에서 자라나고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가 해외 취업에 도전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가 같이 일하고 경쟁할 사람들은 해외 문화권이거나 인도, 중국의 경우처럼 어딜 가나 있는 자국민들 덕분에 훨씬 앞서 간 지점에서 시작한다.


인도, 중국 유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그들만의 오리엔테이션에서 취업/학업 꿀팁을 공유하기도 하고 서로 끌어주는 문화가 강하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영어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도 훨씬 익숙하다. 학교 다닐 때, 내가 5시간 이상 읽어야 했던 논문을 인도 친구는 2시간 만에 읽고 내용 이해도 나보다 빠른 것을 종종 보았다. 인터뷰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기술적인 부분 이외에도 전화로 말하는 연습, 코드를 쓰면서 말하는 연습 등 온갖 난이도 있는 도전을 같이 준비해야 한다.




또한 해외 취업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의 인생에 대한 투자를 필요로 한다. 취업을 위해 미국 대학교/대학원을 준비하고 그 몇 년의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고 어려운 인터뷰를 통과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채 30%도 안 되는 비자 확률에 매년 기대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과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 앞으로 새로운 문화권에서 살아야 하며 나아가 결혼 계획, 또는 자녀 양육 등의 문제에 대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장(Guaranteed)된 것이 없다. 인생을 3년 투자해서 해외 취업에 도전하더라도 점점 좁아진 해외 취업 문 (미국의 경우) 때문에 실패할 수 있으며 취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비자 문제 때문에 불리한 위치에 서서 버텨야 할 수 도 있다.


그래서 아주 당연한 소리겠지만 그냥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가 아니라 해외 취업 준비 자체를 하나의 위험성 있는 '투자'로 보고 실제로 자신이 가고 싶은 나라, 지역, 회사의 페이가 어떤지, 생활은 어떤지, 개발 문화는 어떻고, 그 회사를 다니는 실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무엇이 가장 큰 장점이고 무엇이 가장 큰 단점인지를 한번 정도 조사해 보면 어떨까 싶다.


하나의 참고 자료로써 개인적으로 느낀 경제/생활/커리어 적 장단점을 아래에 또 서술해두었다. 다만 아래의 내용은 아주 단편적인 경험 중 하나임을 미리 밝혀둔다. 또 사람마다 목표하고 있는 직업, 회사, 포지션, 경력 등이 다르므로 직접 한번 취업을 준비하시기 전에 조사해보시길 바란다. 글의 끝에는 내가 유용하게 사용했던 사이트들을 레퍼런스로 남겨둔다.


주의: 아래 내용은 굉장히 주관적인 시각이 포함되어 있다.

경제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1년 차 때는 한국보다 '조금' 더 많이 버는 느낌이다. 만약 삼성이나 네이버 같은 기업에 들어가서 연봉 4-5천으로 시작할 수 있다면 사람에 따라서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번다는 느낌도 받는다. 한국은 특히 특정 연봉 미만은 세금이 매우 낮고 집값도 나름 싼 편이고 여러 가지 사람을 쓰는 업무면에서 가격이 넘사벽급으로 싸다. 좀 더 상세히 비교하자면:

2017년 기준으로 대략적인 가격을 비교한다.

회사에서 20분 거리의 원룸 1달 렌트비:

서울 월세 50 만원 vs 베이 지역 월세 200~300만 원

나름 괜찮은 위치의 가족이 살 수 있는 방 2-3개 딸린 집 매매가:

서울 사당동 근처 3 베드 A아파트 7억 원 vs Sunnyvale 근처 50년 된 2 베드 B아파트 14억 원 ($1.1M), Santa Clara 신축 4 베드 C아파트 26억 원 ($2.25M)

집값은 천차만별이지만 서울 사당동 근처의 저 A아파트의 퀄리티는 B보다는 C아파트에 가깝다. 또 서울은 출근 20분 거리를 포기하면 많이 싸지지만 여기는 출근 2시간 거리까지 가지 않는 이상 별로 안 싸진다. 다만 럭셔리아파트는 다르다. 한국도 서울 좋은 동네에 주상 복합 아파트는 15~25억 정도 하며, 미국의 경우 럭셔리 아파트가 3~40억 하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40억 모으기가 한국에서 25억 모으기보다 쉽다.

일반적인 좋은 퀄리티의 중고 컴팩트 세단 가격:

둘 다 약 1500만 원 선. 미국이 좀 더 저렴하고 같은 차종이면 수입차라도 미국이 훨씬 싸다.

기름값:

1L - 1500원 vs 1G (3.89L) - 3000원

Grocery: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소비자 물가를 자랑한다. 미국은 모든 제품을 유기농으로 쇼핑하고 한국은 모든 제품을 일반 제품으로 사더라도 미국이 훨씬 싸다. 붙는 가격은 비슷한 데 미국이 양이 2~3배, 많기는 5배씩 많다.

준수한 퀄리티의 일식집 2인 외식:  3만 원 vs 8만 원 (팁, 세금 포함). 미국은 메뉴판에서 세금과 팁 때문에 가격이 30% 더 붙고 퀄리티도 한국이 훨씬 우수하다.

세금 (싱글 1인 기준):

같은 연봉 1억 소득 가정 시, 한국은 연금과 보험 포함하여 22% 정도를 낸다. 미국은 순수 세금만 37%를 내고 연금과 보험은 본인이 해결해야 하는데 보험 상품과 연금 %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과 같은 수준의 보험과 연금을 유지하려면 연봉의 42~45% 정도는 내야 한다.

인터넷 비용:

한국은 출장 설치비 공짜, 월 비용은 초고속 인터넷 기준 3만 원 선. 미국은 출장 설치비가 일단 15만 원이고 월 비용은 초고속 인터넷 10만 원, 또는 느린 인터넷 4만 원. 근데 미국 초고속 인터넷이 한국 초고속 인터넷보다 10배 느리다. 다른 집 관련 유지비들도 (물세, 전기세 등)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카페 아메리카노 가격:

미국은 아메리카노가 2~3불대 시작. 한국은 5000원 정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팔러 알토 지역의 월세. $2.7K (2700달러) 밑으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싼 (?) 집들은 퀄리티도 별로 좋지 않다.


정리하자면 사람 쓰는 일, 집 관련 지출, 외식, 세금은 미국이 훨씬 비싸다. 그래서 미국에서 생활하면 이러한 비용들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본인이 집수리, 차 수리, 세차, 요리, 심지어 인터넷 설치 (벽에 설치 키트를 사서)까지 본인이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반대로 소비자 물가 (특히 Grocery), 유흥비 (술값), 카페 비용 등이 미국보다 비싸다. 기타 문화생활 비용(공연, 영화 등)은 비슷한 편이나 한국이 접근성이 훨씬 좋고 종류가 다양하다. 따라서 맛있는 음식과 좋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삶을 살고 싶으면 한국이 훨씬 더 적절한 곳일 수 있고 본인이 절약정신이 투철하면 미국에서는 노력한 만큼 정말 많이 아낄 수 있다. 두 생활의 장단점이 있다. 미국에서 신입 연봉으로 세금과 집값을 내고 나서 남는 돈으로 한국에서 처럼 주말마다 외식하고 문화생활 즐기면 연봉 1억을 받아도 한 푼도 저금하지 못할 수 있다. 또 미국에서 헬스장 PT나 미술, 음악, 춤 등 취미를 배우면서 '사람'에게 무언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생활이 된다면 그 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수 도 있다. (대기업에서는 복지로 이러한 취미 교육이 포함된 경우가 있다.)


결론: 한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에 적은 지출 폭을 가지고 있어 절약할 수 있는 옵션 폭이 그렇게 크지 않고 (예를 들어 외식 대신 식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도 식재료 값은 미국보다 비싸고 외식비는 미국보다 싸다.) 대신 즐길 거 다 즐기면서 살아도 그렇게 비용이 안 비싸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큰 연봉과 큰 지출 폭을 가지고 있어 본인의 저축에 대한 투자에 따라 적절한 효율선을 찾아 살 수 있다.


추가: 단, 커리어가 쌓일수록 본인의 능력에 따라 연봉의 상승폭은 한국과 차원이 다르다. 위의 단순 계산은 신입의 얘기지만 한국은 웬만한 기업에서 연봉 상승 폭이 정해져 있어 "월급쟁이"로서 벌 수 있는 돈의 한계가 있다. 미국은 본인의 능력에 따라 월급쟁이도 중소기업의 임원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커리어 패스가 열려 있고 모든 기업에서 회사가 성장하면 본인의 인센티브도 같이 높아지도록 주식 보상 (ISO, RSU)을 많게는 연봉의 몇 배 까지 해준다. 반대로 한국과 다르게 본인이 능력이 없으면 연차가 올라간다고 연봉이 같이 올라가지는 않고 심지어 해고당하기도 쉽다.


생활 측면에서:

사실 삶의 질은 경제적인 지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지만 외국에 나오면서 느낀 건 그 나라 문화가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한국의 장점을 꼽으라면 맛있고 싼 음식과 세련된 문화 (특히 패션, 공연, 음악 등) 등이 있고 나는 그런 것을 매우 좋아하기에 미국에서 그런 것을 포기하며 산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운 점 중 하나로 남고 있다. 또 가족과 친구가 근처에 있고 우리가 좋아하는 우리 스타일의 문화 코드를 같이 공유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가치인 지 미국에 오게 되어서 느끼게 되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분들은 여기서도 한국인 커뮤니티 내에서 활동하고 지낸다. 그렇지만 본인이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다른 문화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면 여기는 가장 좋은 장소 중 하나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스하고 오픈되어 있다. (필연적으로 여기에 온다면 가장 친한 인도인, 중국인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새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가 즐기던 한국에서의 문화를 더 그리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생활적인 측면은 한국에 점수를 훨씬 후하게 주고 싶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많이 다를 것이다.


그렇다고 실리콘 밸리가 문화적으로 매우 후퇴되어 있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한국 문화를 못 잊기 때문에 베이 지역의 훌륭한 문화에 아직 적응을 못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실리콘 밸리라는 지역은 크게 수천 개의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대도시 샌프란시스코 지역,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여러 대기업이 포진해 있는 사우스 베이 지역으로 나뉘는데 두 부분의 생활 양상도 크게 다르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도 가장 리버럴 한 도시로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태어난 독특한 문화를 가진 도시인 반면 사우스 베이 지역은 주중에는 느긋히 회사로 출근하고 해지기 전에 퇴근해서 가족이랑 시간을 보내는 평화롭고 무료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살게 된다면 이 평가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샌프란시스코는 한국의 대도시와 다르게 총기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위험한 지역도 많기 때문에 한국처럼 새벽에 돌아다니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만약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다면 주로 높은 퀄리티의 교육과 (스탠퍼드와 버클리를 많이 보내는 고등학교들이 여기 다 모여있다.) 여유로운 생활환경 (주말에 가족과 공원 가거나 하이킹하기에 좋은 장소들) 때문에 사우스 베이에 만족하시는 분들이 많다.



샌프란시스코 (왼쪽 위) 지역과 사우스 베이 (팔러 알토에서 산 호세까지) 지역. 차로 1시간이 채 안 되는 거리지만 두 지역의 생활 패턴은 전혀 다르다.


회사마다 개인마다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일과 삶의 라이프에 대해서는 어디에서 살더라도 굉장히 달라질 수 있겠으나 실리콘 밸리가 선택지는 더 많은 느낌이다. 미국은 내 선택에 따라 느슨하게 회사를 다니며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소소하게 살든지, 적극적으로 매일 야근해서 회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폭풍 승진을 하는 등의 선택을 할 수 있다. (유럽에서 퇴근 안 하고 야근하면 오히려 안 좋은 눈초리로 본다고 했는데 여기는 그런 거 없다. 빡센 팀은 한국보다 더 빡세고 다 본인/팀 재량.) 여기서는 심심찮게 27살 4년 차 개발자가 50대의 20년 차 개발자보다 더 높은 연봉과 직급에서 일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것이 회사에 의해 강제된다는 느낌이라면 여기는 좀 더 개인의 의지를 존중하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일을 못하면 해고하기 때문에 어느 수준의 성과는 요구된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시간당 강도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센 편.


또 개인적으로 생활과 문화 카테고리에 들 수 있나 싶지만 한국에서 지금 많은 토론과 논쟁을 거치며 성장하고 있는 이슈인 '성 평등', '성 정체성'에 관한 문제나 '갑을 관계' 같은 문제는 미국에서는 합리적으로 어느 정도 Resolve 되어 문화로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하는 편이다.


커리어 측면에서:

특히 나 같은 주니어들에게 있어서 이 측면은 가장 큰 동기부여가 아닐까 싶다. 장단점이 혼재하는 경제적, 생활적인 요소와 다르게 성장 측면에서는 전체적으로 실리콘 밸리가 제공하는 장점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만약 미래 회사의 선택 요건 중 이쪽이 1순위라면 감히 이쪽으로의 취업을 생각해보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큰 장점은 두 가지 + 알파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술과 커리어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고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잘 되어있으며 엔지니어링 트랙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사이언스와 관련된 기술이 이쪽 동네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고 좋은 학교가 주변에 많으므로 계속 '좋은' 기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또 사람들의 기술에 대한 이해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여러 좋은 기술 토론 환경에 자연스레 노출이 된다. 필연적으로 40대 이후에 들어서면 매니저 트랙을 타야 하는 한국 커리어와 달리 여기서는 엔지니어링 트랙의 끝을 팔 수 있다. 항상 매니저 > 엔지니어가 아니라 매니저와 엔지니어 트랙이 따로 있다. 매니저도 프로젝트, 팀, 부서 급 등 다양하게 있는 셈. 대부분 컴퓨터 사이언스 기술들이 영어로 다루어지다 보니 여기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에서도 성장 중인 많은 기술 기반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높은 수준의 기술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그 안에서 좋은 커뮤니티가 구성되어 성장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예를 들면 블록체인 기술은 한국이 꽤 높은 편) 이미 그런 분위기에 노출된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성장에 대한 Growth Path에 대한 설계가 대부분의 기업에서 매우 잘 정의되어있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회사의 목표 > 개인의 목표가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회사가 성장하면서 개인도 좋은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게 많은 부분을 신경 쓴다. 테크 회사들은 채용 시 '성장 가능성'이 연봉 같은 물리적인 보상에 버금가는 중요한 지표라고 믿고 그 부분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구글 같은 기업은 좋은 멘토 시스템으로 유명하여 주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하기에 좋은 회사라고 평가되고 스타트업에 들어간다면 현장에서 구르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한국은 Short-term Business Goal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경우에 시니어가 코어 디자인을 한 뒤에 주니어들은 옆에서 유지 보수, 또는 이미 짜인 디자인을 가지고 코딩만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여기서는 중요한 feature들도 한 담당 주니어 엔지니어가 디자인을 주도하고 시니어들이 반박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었다. (작년에 대기업에서 인턴 했을 때는 내가 짠 디자인을 가지고 두 시니어가 한 명은 찬성, 한 명은 반대해서 3명이서 계속해서 논쟁을 하기도 하였다.) 인턴 프로그램도 좋은 편인데 많은 회사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3달 안에 끝내려고 한다. (프로그램마다 매우 다르나 보통 12주를 기준으로 큰 프로젝트 1~2개 정도 하는 것 같다.) 만약에 본인이 성장에 대한 욕심이 있고 빠르게 배운다면 회사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지해줄 것이고 경력 2-3년 차에 시니어급 실무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홍성철 님의 인턴 경험 포스트를 보면 베이 지역에서 Growth Path에 대한 설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얻을 수 있는 보너스 장점은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네트워크, 즉 사람들이다. 여기서는 회사를 2-3년 주기로 옮기고 하루가 다르게 스타트업이 생기고 망하다 보니 같이 일한 동료가 다른 대기업에 가서 나중에 끌어준다거나 어제 봤던 친구가 자기가 일하는 스타트업을 소개해준다거나 하는 등의 경우가 많다. 또 나와 비슷한 경력/나이 때의 친구들과 같이 일하다 보면 자극도 많이 받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같이 성장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는 이직이나 해고가 자유롭게 일어나므로 이러한 네트워크는 그러한 상황에 크게 도움이 된다. 또 본인이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동네가 그런 거밖에 얘기 안 하는 동네이다 보니) 같이 스터디를 한다거나 정보를 주고받는 등의 도움이 될 수 있다.


Meetup.com에서 "Tech" 섹션을 선택하면 나오는 첫 페이지. 한국보다 훨씬 다양한 기술들에 대한 밋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주니어 취업기의 1편으로 취업하기 전 조사해야 할 정보들과 그의 부분적인 참고자료로 내 단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다음 글부터는 본격적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든 내 경험들과 그때 조사했었던 자료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참고하면 좋은 사이트:

Glassdoor에는 각 회사의 포지션과 지역에 따라 얼마나 연봉을 받고 있는지 볼 수 있다. 보너스도 나와 있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인터뷰 문제나 회사 복지, 장단점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다. 그리고 Glassdoor는 전체적으로 옛날 데이터가 많이 쌓였다 보니 평균적으로 꽤 outdated 된 데이터라는 느낌을 주는데 (3년 전에 자신의 연봉을 12만 불이라고 올려두었던 엔지니어는 지금 15만 불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 좀 더 2017년 트렌드에 맞는 실제 평균을 보려면 Paysa도 괜찮다. 다만 주니어에게는 '평균' 값이다 보니 너무 높다는 게 문제. 오히려 Glassdoor에서 New Grad Software Engineer로 연봉을 필터 한 뒤 물가 상승률을 조금 고려하여 10~20% 올리면 주니어 연봉에 맞는 값을 매치할 수도 있다. 다만 학사와 석박사 연봉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참고로만 해야 한다.

CNN Cost-of-living Calculator는 미국 전역의 생활비 격차를 항목 별로 비교해준다. (안타깝게도 별로 정확하지는 않다, 특히 많은 주니어들이 싱글인데 위 Living Cost는 평균 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 집값이 한 달에 8~90만 원이라 나온다.) 그렇지만 대략적인 컨셉을 잡는 데에는 좋다. 예를 들면 실리콘 밸리 지역인 샌프란시스코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있는 시애틀을 비교하면 '집세'에서 큰 차이가 나지만 나머지 생활비는 비슷하다고 나와 있다. 비슷한 사이트로 Numbeo는 한국과 해외 특정 지역을 편차별로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체감 정확도는 CNN 사이트보다 떨어진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겠지만 만약에 가장 큰 생활비를 차지하는 렌트 비용에 대해 감을 잡아보려면 대표적으로 Craiglist Housing이나 (링크는 실리콘 밸리 지역 하우징) Zillow.com이 있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면 CrunchBase에서는 현재 스타트업 회사들의 비즈니스와 투자 단계, 최근 투자 뉴스 등을 볼 수 있다. (보통 스타트업의 Series A, B까지는 조용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업데이트가 느린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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