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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chsah Feb 05. 2021

[작업노트 2] 모라스토리 B.I & 명함

사업자 등록 1년 만에 만든 정식 로고

1. 초심으로 돌아간 로고


4월의 부활절 로고를 작업하다 보니, 어쩐지 ‘딱 떨어지지 않아도 괜찮아, 내 스타일만 담는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의뢰받은 로고가 손맛 나는(?) 심플 드로잉 스타일의 로고였던 것이다. 기존 부활절 로고를 찾아보니 굉장히 진중하고 무게감이 있는 스타일이 많았는데, 내 작업물은 기존과는 느낌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의뢰하신 분께서 기존의 무게감보다는 경쾌함과 기쁨, 그리고 (상품에 적용될 로고이기에) 트렌디하게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주셨기 때문이었다.

의뢰받은 부활절 로고의 스케치들. 재미있게 작업했다.


그리고 이 작업을 진행하며 ‘이번이 마지막 디자인 기회’라 생각하는 내 얼토당토않은 완벽주의에서 조금 자유해졌다. 이번에 만들어서 마음에 안 들면 어떤가. 매년 바꿔도 되지 뭐어, 하는 마음이 적용되어 이렇듯 라인으로 된 가벼운 로고가 탄생했다. 그리고 이 작업을 마무리하자마자 바로 다시 모라스토리 로고 스케치에 돌입했다. (그러다 보니 부활절 로고 스타일이 많이 가미됐다;)


. 다른 디자이너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나는 유독 비슷한 스케치를 여러 개 그려보기도 한다. 괜찮은 비율을 찾을 때까지.

morastory의 소문자 m을 형상화하여 문이 열린 듯한 모습을 형상화했는데... 남편은 이게 “하트 괴물이 문 밖에 서서 엿보는 것 같다”는 괴랄한 평을 주었다. 심장이 아프지만, 쳇. 이번 시안은 내 마음에 들기에 조금 더 수정해보려 디지털로 옮겨보았다,,,

그런데 가만, 기존에 임시 로고타입으로 쓰던 Fray gabrial 폰트와 어딘지 어울리는 것 같다? 흠. 그 로고타입을 쓰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좋아, 그걸 이용해보자.


2. 문 밖으로 넘어서


모라스토리의 사업자등록은 작업자로서 나에게 의미가 깊은 터닝포인트. 그렇다 보니 자꾸 문을 열어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형상을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하트 괴물이 나를 엿보고 있더라도- 더 나아가, 의뢰를 주는 사람들에게 나를 통한 디자인 작업물이 조금은 새로운 전환점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마치 저 열린 문처럼.

.문 오른쪽의 해와 표지판, 산 등의 위치가 달라진 덕분에 점차 하트괴물(?)형태를 벗어난 로고 시안.



몇몇 컬러와 구성을 거쳐 대략 다듬어진 로고에 전문분야까지 작은 폰트로 배치하니 꽤 괜찮아 보였다. 네이비 컬러는 바로 선택할 수 있었는데, 하나의 이유는 로고에서 문을 열고 보이는 푸른 하늘을 담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는 로고가 만들어진 2020년의 팬톤 컬러가 신뢰와 불변성을 상징하는 ‘클래식 블루’였기에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드디어 완성된 모라스토리 로고 타입.


3. 명함에 담은 물맛과 은박 


로고 작업을 완성하니 또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친김에 명함까지 만들고 싶은 욕심... 바로 2주 뒤에 있을 새 프로젝트의 미팅을 앞두고, 얼마나 좋은 타이밍인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동안은 전 회사의 명함을 사용했다. 퇴사한 지 1년이 안돼 아직 로고 작업 중이란 변명으로;;)

그래서 몇 가지 시안 작업을 진행했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개인명함(여행용)의 드로잉을 버리고 싶지 않은 탓에 처음엔 아래와 같은 시안으로 방향을 설정했었다.

버전 1. 기존 개인명함처럼 나를 나타내는 키워드가 장식적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딘가 심플하지 않은 느낌... 모처럼 명함에 적용하기 좋은 비율과 포맷이 아까웠다.

그래서 원래 쓰던 드로잉들을 전부 빼고 로고와 정보만 심플하게 넣는 방향으로 다시 작업해보니 아래 같은 느낌의 시안이 되었다. 훨씬 깔끔하고 집중도 잘 되지만 딱히 특징이 없어 조금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 버전으로 들어간 로고를 보며, 저 문 안쪽으로 보이는 하늘이 그라데이션이나 수채화 같은 느낌으로 조금 더 하늘 고유의 특징답게 표현되면 좋겠다는 자체적 피드백이 생겼다. (사실 로고를 작업할 때부터 문 너머에 파아란 실제적 하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 그래서 로고에 수채화 텍스쳐를 적용해보았는데, 하늘보다는 바다 같았지만 흠. 그런대로 썩 나쁘지 않다. 그런데 뒷면은 어쩌면 좋지. 정보가 아닌 로고만 들어가는 뒷면은 정말 임팩트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다 문득, 책상 위에 막 발주받은 경호전문법인(주)경의단 명함이 보였다. 저 명함도 몇 차례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무광 은박'. 광이 덜해 너무 튀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으면서, 진지하고 은은한 매력을 주는 후가공 방법. 흠. 내 명함도 그걸 한번 적용해볼까.  


지금 사용한 수채화 텍스쳐는 넓은 면적으로 보이는 게 시원하고, 수채화 텍스쳐와 은박의 조합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적용해보았다. 인쇄해보니 나쁘지 않았는데, 조금 더 책갈피 같은 느낌을 부여하고 싶은 욕심에 상단 양 옆 부분만 라운딩을 넣어 잘라보니 모라스토리의 m자와 썩 잘 어울렸다. 주문서에 귀도리 후가공을 추가했다.

드디어 '이거다'라는 생각이 드는 시안이었다.


발주를 넣고 2주가 흘러 드디어 받은 명함,

역시나 형광물질이 섞인 사무실의 프린터로 출력할 때와 인쇄 결과물은 썩 다르다. 색상은 살짝 어둡고 귀도리도 조금만 더 파여 들어가면 좋겠지만, 모라스토리의 첫 명함으로 나쁘지 않다. 이걸 쓸 생각에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이 로고와 명함 작업을 진행한 후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글을 쓰며 느낀 점은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로고는 얼마든지 기존의 타입으로 진화할 수 있고, 이 명함도 다 쓰고 새롭게 발주할 땐 얼마든지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데... 처음부터 부담을 가지고 진행하다 보니 과정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도 내 눈에 모라스토리 로고는 완성형이 아닌 진화형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의단의 명함을 참고했던 것처럼, 기존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나 외주가 다아 내 자산이 된다는 점. 그래서 외주의 결과물이나 금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 하는 것을 넘어 과정을 착실히 기록해보기,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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