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외로운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던 게 아닌데,
외로움은 그렇게 갑자기 찾아왔다.
외로우니 인생 아니겠냐고
의연한 듯 굴었지만
난 그것의 정체가 너무나 알고 싶어,
묻고 또 물었다.
그것은 몇 번이나 말을 흐리다가
겨우 자신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외로움은 ‘수용 받지 못한 나의 그림자’다.
서글픔은 갇힌 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어쩌면 그것을 가둔 것은 나일지도 모른다.
예쁜 옷을 입혀서 친구들에게 소개해야 했을 지도 모른다.
서글픔이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수용 받을 기회를 내가 박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계속 가둬둘 순 없다.
그럼 난 더 깊이 외로워질 테니까.
예쁜 옷을 찾아봐야겠다.
부담스럽지 않고 친근한 단어들로 서글픔을
꾸며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