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아. 이 세계는 '물론 하나의 질서'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술들의 체계는 산만하기 그지없다. 키에르케고르가 자신을 둘러싼 기독교를 비판하면서 주체성을 강조했지만 주체성이란 제대로 된 저술들의 체계에서만 가능하단다. 아빠는, 지금 AI가 크롤링하는 정보의 체계 스크래핑의 질서를 신뢰할 수 없구나. '만들어진' 지능이 가진 균이 저술의 체계로 옮겨가 행세를 하는 이 현상 자체가, 일종의 착란이다. 너희들의 시대가 오면 AI는 생성형엔진으로 그 메커니즘의 윤리성의 유무에 직면할 것이다. 아들아 딸아, 이 세계-내-존재의 그물망 속에서 부디, 개인화된 저술의 체계를 마련하기 바란다. 아빠 방에 있는 책들은 '아마도' 수만 권의 책 중에서 아빠가 골라낸 나름의 체계란다. 넘쳐나는 정보들을 너 자신이 아닌 다른 지능이 체계를 만든다는 건 '인간을 사물 대접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단다. 저술이 아닌 저자와 만나라. 그런 연대만이 지식의 체계를 구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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