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전 진영이의 일기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새벽은 하루에 한번뿐이다.
좋은 때에 부지런히 힘쓸지니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도연명
지수야. 오랜만에 세월이라는 주제를 담은 도연명의 시를 며칠 전 다시 읽었는데
예전에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어. 처음으로 공감이 되는 느낌이 들더라.
"아이구.. 양진영 너.. 군대 갈 때 돼서 그렇구나....!"
응. 요즘 갑자기 하루가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예전에는 평소에 어른들이 우리에게 ‘아이고, 좋을 때네. 지금 잘 놀아둬야지...’라고 이야기하면,
대체 왜 어른들은 저런 이야기를 하지? 하고 항상 의문이 들었거든.
고등학생 때의 나는 입시 준비를 하면서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은 흐릿한 언덕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 매일매일 나 자신의 한계를 맛봐야 했고, 그렇게 애써 대학에 와서 조금 즐기려 했더니 또 다른 높은 언덕이 보이더라. 게다가 이번 언덕은 갈림길도 너무나도 많고 경쟁해야 하는 사람들도 예전보다 더 많아졌어. 어떤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건지,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 다른 사람들을 따라야 했지.
나는 매일을 이렇게 벅찬 마음으로 살아가는데 어른들은 우리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허허-'하는 너털웃음을 짓더라고.
그럴 때면 어른들이 야속하기도 하고, 나는 빨리 이 순간을 지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군대라는 높은 산을 또 한번 발견하고 나니 갑자기 하루하루가 다르게 보이는 거 있지.
내가 조금 전에 이야기한 시 있잖아-.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새벽은 하루에 한번뿐이다'라는 구절을 통해 느끼는 것처럼
며칠 남은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생긴 것 같아.
그래서 요즘 나는 남은 며칠이라도 매 순간에 충실해야겠다고 늘 생각해.
나를 채워주고 있는 부모님, 친구들 이 모든 것들에 한번쯤은 고맙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보려고.
그리고 어쩌면 나도 어른이 돼서, 지금 이 순간을 애타게 그리워할지도 모르니까-
엽서형 일간 캘린더, [오늘도 두근거림]의 9번째 이야기, 양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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