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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수 Dec 05. 2015

#008. 이용현의 나 사용 설명서

나만의 스펙 쌓아가기-


대학시절에 교수님이 이렇게 물어보신 적이 있어.

‘너희 후문 이용해 본 적 있니?’

우리 학교는 정문 쪽에 편의시설이 많은 편이라서 대부분의 학생이 정문을 사용했거든, 그래서 다들 당연하다는 듯이 ‘아니요’라고 대답했지. 그랬더니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같은 길로, 익숙한 것에만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단다'



오늘을 여행처럼 살기



그날의 교수님의 말씀을 교훈 삼아 나는 특별한 순간을 일부로 만들어가는 습관을 들였어.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지나던 길을, 어떤 날은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버스를 타고 빙 돌아가기도 하고, 눈이 오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땅바닥만 보며 걷는 게 아니라 우산을 접어 가방에 넣고 눈을 맞으며 걸어보는 거야.

나는 남들과 똑같은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내 직업인 작가에 충실하기 위해서 매일을 여행처럼 살아가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어. 그런 작은 노력이 사고의 영역을 넓혀주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주더라고.  





경험이 이루어 만든 스토리가 스펙이다



보통 우리가 ‘저 사람 참 대단하다’라고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보다 특별히 잘난 점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야. 그들을 특별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그들이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나는 ‘스펙’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만의 특별함을 설명하는 '나 사용설명서’라고 생각해.

영어점수, 학점 이런 건 사실 요즘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정보’ 일뿐이야. 여기서 우리를 ‘다르다’라고 구분 지어 줄 수 있는 것이 ‘스펙’이라는 그 사람의 스토리지.

우리는 똑같은 기본정보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잖아. 영어 점수 1점 올리기, 학점 조금 더 잘 받기 뭐 이런 것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세상에 의하면 우리가 쌓아야 하는 진짜 스펙은 기본정보 싸움이 아닌 우리의 스토리를 가지고 승부하는 거라는 생각이 드네.


스토리가 어떤 차이를 이끌어 내는지 예를 들어볼게.

예전에 슈퍼스타 K라는 프로그램에서 ‘허각’이라는 가수와 ‘존박’이라는 가수가 대결을 한 적이 있어. 결국 그 승부의 승리자는 허각이었고.

‘허각’이 승리한 이유가 노래를 더 잘한다는 이유만일까?

나는 두 가수 모두 ‘노래를 잘한다’는 기본정보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봐. 두 사람의 차이는 ‘스펙’ 즉, 두 가수가 노래를 하게 된 스토리야. 허각은 어릴 때부터 어려운 가정환경에 힘들게 노래하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으니 보는 사람에게 더 감동을 준거지.


우리가 쌓아야 하는 건 기본 정보가 아니야. 세상이 주목하는 건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보다 '어떻게' 대단한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이지.          



나 사용 설명서



내가 처음으로 ‘스펙’이라는 단어를 생각한 건 26살, ‘카피라이터’라는 꿈을 가졌던 때야.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내가 얼마나 그 일이 하고 싶은지 느껴가면서 큰 용기를 더해서 세상 밖으로  한 발짝 내딛었는데 , 막상 거기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나를 거들떠 보지 않더라.

생각해보니 세상에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고, 나는 남들이 가진 기본정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었지. 그럼 내가 가진 스펙은 뭘까.....

그때부터 내 스펙을 찾기 시작했어. 어릴 때부터 글 쓰는 작업을 좋아하던 나의 열정과 성실함을 이야기하기 위해 백일장에서 합격한  내용뿐만 아니라 떨어진 경험도 80군데 이상을 적었지.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뽐내기보다 ’ 내가 얼마나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인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거든.


그렇게 작성한 내 스펙을 처음에는 광고회사에 메일로 보냈어.  아무도 읽어보지 않더라.

그래서 주변에 모든 광고회사 변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했어. 내 메일을 읽어 달라고. 역시 아무도 관심 같지 않았지.

결국 나는 그 원고를 모두 출력해서 광고회사를 직접 다 돌아다녔어. 나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그렇게 하니까 그중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가졌고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지.


내가 이렇게 내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평범한 삶을 살려고 하지 않은 노력들과 용기가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해. 이렇게 또 한번 나만의 스펙을 만든 거야.

우리는 ‘나는 이만큼 노력했기에 남들과  똑같아요’라고 말하는 기본정보에서 벗어나야 해.

조금 더 열심히 ‘나만의 경험을 담는, 나의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면 멀리서 너를 바라보는 누군가도 그 특별함을 인정하지 않을까?               






엽서형 일간 캘린더, [오늘도 두근거림]의 8번째 이야기, 이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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